각계 비난 불구 루나 2.0 내겠다는 권도형...청문회 열리나

조아라 기자
입력 2022.05.18 10:44
한국산 가상자산 테라(UST) 폭락 사태의 장본인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가 내놓은 테라 네트워크 부활 계획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테라 커뮤니티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국내외 유명 인사들이 잇따라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으면서 회생안이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테라 생태계 복구보다 투자자 손해 배상이 우선이라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권도형 대표가 ‘폰지사기 2.0’을 추진한다는 날선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테라 커뮤니티 ‘복구안 2’ 92% 반대…"테라 복구안 아닌 권도형 복구안"

테라 커뮤니티 ‘리서치 포럼’방에 올라온 예비 찬반 투표 조사에 따르면 18일 오전 10시 기준 총 투표자의 92%가 권도형 대표가 제안한 회생안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예비 찬반 투표에는 총 5113명이 참가했다. 투표는 테라 홈페이지에 가입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예비투표는 테라 커뮤니티 회원의 주도 하에 진행됐다. ‘morpheus9’이라는 닉네임의 회원은 "대세론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제안서가 발표되기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며 "(예비 투표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제안서에 일부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며 제안 배경을 밝혔다.


테라 커뮤니티인 ‘리서치 포럼’에서 테라 회생방안 버전2에 대한 예비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권도형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테라 생태계의 핵심은 테라가 아닌 루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테라 블록체인을 살리기 위해 또 다른 블록체인을 만들자는 내용이다. 달러와 연동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을 없애고 새 토큰을 발행하자는 계획이다.

권도형 대표에 따르면 기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새로운 블록체인을 생성하는 하드포크(Hard Fork)를 통해 신규 체인 버전의 토큰 루나(LUNA)를 만든다. 기존 체인의 테라는 ‘루나 클래식(LUNA Classic)’으로 LUNC의 토큰명을 갖게 된다. 새로 발행되는 루나는 ▲루나 클래식 스테이킹(Staking) 이용자 ▲루나 클래식 보유자 ▲테라 보유자 ▲앱(App) 개발자들에게 지급된다.

회생안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대다수 커뮤니티 회원들은 투자자가 아닌 권도형 대표를 위한 복구안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우선 커뮤니티 의견을 수용하면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국내외 유명인사 복구안 잇딴 비난

가상자산 시장의 유명 인사들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가총액 2위인 가상자산 이더리움(ETH) 개발자 비탈릭 부테린은 "폰지사기 같은 실험을 멈추라"라는 내용의 트윗을 인용하며 동의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20% 수익률은 바보같은 말"이라며 "일반 투자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가총액 10위를 기록하고 있는 도지(DOGE)코인 개발자 빌리 마커스는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지 말고 업계를 영원히 떠나라"고 했다. 이후 권도형 대표는 빌리 마커스를 차단했다. 글로벌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는 "테라 생태계 부활 계획은 이뤄질 수 없다"며 "희망사항에 불과하다"고 몰아 세웠다.

미국 헤지펀드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도 "(루나와 테라)는 가상자산 피라미드 버전"이라고 일갈하는가 하면, 가상자산 투자자인 페르시안 캐피탈은 트위터에 "집에 불이 났는데 사람들을 구하자는 게 아니라 새로운 집을 짓자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정태형 현대카드 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루나 사태에 대해 "예치이자 20%가 어떤 뜻인가 하면 전 세계의 금융산업이 재편돼야 한다는 뜻"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투자펀드도 이런 약속을 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국내외 규제·사법 당국 움직임도…윤창현 의원 ‘루나 청문회’ 추진

국내 금융당국도 루나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피해상황 및 발생원인 등을 파악해 앞으로 제정될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불공정거래 방지, 소비자피해 예방, 적격 가상자산 발행(ICO) 요건 등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이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루나 사태에 대해 "가격이나 거래 동향 등 숫자는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가상자산 거래업자 등에 투자자 보호 조치를 시행하도록 안내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회가 추진하는 루나 청문회도 넘어야 할 산이다. 같은 날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권도형 대표를 포함해 관련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들을 불러 사태의 원인을 분석하고 투자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는 내용의 청문회를 추진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권도형 대표가 루나 2.0을 발행하더라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와 루나 투자자들의 소송으로 비즈니스 운영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SEC는 지난해 권도형 대표가 내놓은 또 다른 서비스 ‘미러 프로토콜’에 대해 수사를 시작하고 소환장을 발부했다. 증권성이 인정되는데도 SEC에 등록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미러 프로토콜 이용자들은 테라를 담보로 맡기고 넷플릭스·테슬라·애플 등의 주가를 추종하는 합성자산에 투자했다.

이와 함께 최소 1000명의 싱가포르 인들이 루나와 테라로 손실을 입었다며 권도형 대표에 대해 사기 혐의로 고발하는 한편, 국내에서도 권도형 대표를 상대로 형사 고소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가운데 테라폼랩스 사내 법률 팀이 루나 사태 이후 사임한 것으로 알려져 소송에 대응하기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테라 거버넌스 절차
권도형 대표는 18일(현지시각) 회생안을 온체인에 올릴 예정이다. 제안에 대한 투표는 1주일간 진행된다. 정족수 40%를 넘기고 과반수 동의를 얻으면 회생안은 통과되고 새 토큰이 발행된다. 하드포크는 오는 27일부터 시작된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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