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의 美 공장 극렬 반대 속내는 ‘임단협 요구 관철'

조성우 기자
입력 2022.05.19 06:00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의 미국 전기차 공장 설립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가 단체협상(이하 단협)까지 들고 나와 극렬히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이하 임단협)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미국 전기차 공장 설립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에 맞춰 현지 전기차 공장 설립 관련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추측이 대두되고 있다. AP통신은 1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현대차가 바이든 대통령 방한 시기에 맞춰 미국 조지아주에 70억달러(8조9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공장 건립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양재동 사옥 / 현대자동차
현대차 측은 "아직 확정된 사안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완성차업계에서는 현대차의 미국 전기차 공장 설립 추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전동화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완성차업계 내에서 보호무역주의와 자국내 공급망 구축이 이슈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업계는 보호무역주의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해외공장 설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주요 수출국에서 공장설립과 관련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어 해외공장 설립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또 해외공장을 설립할 경우 해당 시장의 요구를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대외적 환경 변화에 대한 대처도 가능하다. 내수시장이 작은 한국은 수출의존도가 높다. 수출의존도가 높을수록 보호무역, 전쟁 등 대외적 환경에 변화에 대한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라도 해외공장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요 해외시장 내에 공장 설립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높지만 현대차 노조는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 설립을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측이 다음 주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에 대규모 전기차 공장 건설을 발표할 예정인데 지금까지 노조에 단 한마디도 없었다"며 "단협은 해외 공장 신·증설시 조합에 설명회를 열고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고용안정위원회 의결을 거치도록 했는데 이번 미국 공장 설립 추진은 단협 위반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내 공장 투자 유보와 해외 공장 확대는 결국 국내 자동차산업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사측이 일방적으로 미국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완성차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조의 미국 전기차 공장설립 반대에는 다른 의도가 숨어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해외공장이 국내 생산 및 고용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될 때 설명회, 고용안정위원회 등을 통해 협의를 한 후 해외공장 설립을 추진했다. 그리고 아직까지 해당 문제로 인해 해외공장 설립에 차질이 빚어진 적이 없다는 것이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또 현대차의 해외판매 비중은 80%에 달하는 만큼 국내 고용안정을 위해서라도 해외판매가 확대돼야 한다는 것, 해외공장 설립으로 인해 국내 일감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 등을 노조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 현대자동차
전문가들은 현대차 노조의 미국 전기차 공장 설립 반대를 올해 임단협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3년간 파업없이 사측과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올해의 경우 강성성향의 노조 집행부가 들어섰고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 등 전년과 비교해 무리한 제시안을 들고 나왔다.

즉 무리한 요구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단협을 근거로 한 미국 전기차 공장 설립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산업 초기에는 보호무역을 피해 현지직접투자를 단행했고 이후에는 수요가 있는 곳에서 시장의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해외공장을 설립했다"며 "전동화 전환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 다시 보호무역 기조가 고개를 들고 있고 현지 공급망 구축 등이 중요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현대차의 경우 국내생산보다 해외생산이 많다"며 "해외생산이 많다고 해서 국내 공장에 큰일이 벌어진 것은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차 노조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인식하고 임금동결을 받아들였지만 올해 임단협 요구에는 큰 폭의 임금인상 등 내용이 담겨있다"며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트레이드오프가 필요했고 그것이 미국공장 설립 반대인 것이다"고 분석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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