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천정부지'…폐배터리 시장 사활 건 기업은 누구?

이광영 기자
입력 2022.05.19 06:00
배터리 핵심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발 봉쇄 영향으로 원자재 수급에 차질이 생긴 탓이다. 배터리 기업들은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데도 완성차에 배터리를 제때 공급해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원자재 상승분의 판가 연동도 녹록지 않아 수익성 악화 우려도 나온다.

배터리 기업이 찾은 돌파구는 ‘재활용’이다. 배터리 원가 절감을 위해서는 최적의 원자재 공급망 확보가 우선이지만, 5~10년 뒤에는 기존 전기차에서 회수되는 폐배터리를 적절히 활용하는 시스템과 인프라를 갖춘 기업이 경쟁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

배터리 재활용은 다 쓴 배터리에서 값비싼 원자재를 추출해 재사용하는 방식이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폐배터리를 방전시켜 폭발 위험을 없앤 후 음극과 양극, 분리막 등으로 분해하는 과정을 거쳐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회수한다.

왼쪽부터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지동섭 SK온 사장·최윤호 삼성SDI 사장 / 각사
SNE리서치에 따르면 배터리 양극재를 생산하는 핵심 소재인 탄산리튬의 가격은 2020년 11월 대비 올해 3월 기준 1000% 넘게 올랐다. 황산 망간 등 다른 주요 소재 가격도 100%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국 배터리 기업들의 양극재 매입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18일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소형 애플리케이션용 양극재 구매 가격은 올해 1분기 ㎏당 33.99달러로 2021년(21.81달러) 대비 56% 올랐다. 삼성SDI의 전지용 양극 활물질 구매가격도 ㎏당 32.80달러로 2021년(26.36달러)보다 24% 상승했다. SK온의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구매가격은 ㎏당 2만7952원에서 4만6029원으로 65% 급등했다. 배터리 생산 원가 상승 여파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1분기 적자를 면치 못했다.

국내 배터리3사는 이같은 원자재 리스크를 최소화 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폐배터리 재활용으로 시선을 돌리는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사 얼티엄셀즈는 2021년 5월 라이-사이클(Li-Cycle)과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5000만달러(600억원)를 들여 라이-사이클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2.6%를 확보했다. 2023년부터 10년 동안 니켈 2만톤을 공급받는다.

삼성SDI는 폐배터리 분해로 내부 광물을 추출하는 사업(BMR)을 위해 관련 선도기술을 보유한 성일하이텍과 협업을 추진 중이다. 삼성SDI가 배터리셀 제조 중에 발생하는 폐배터리를 성일하이텍에 공급하면, 성일하이텍이 여기에서 핵심 원료를 추출하고, 삼성물산이 이 원료를 수요처에 판매하는 식이다.

SK온은 수산화리튬 추출 기술 등 폐배터리 재활용 관련 특허만 50건 이상 확보했다. 미국, 유럽, 중국 등에 폐배터리 재활용 상업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특히 미국의 완성차 업체 포드와 세운 합작 법인 ‘블루오벌SK’ 사업장에서 발생한 폐배터리를 미국 레드우드 머티리얼즈의 기술로 다시 블루오벌SK의 배터리 제작에 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는 2025년을 기점으로 전기차 보급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2030년부터 폐배터리 재활용 물량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한다.

SNE리서치가 추산한 세계 배터리 재사용 시장은 2030년 187기가와트시(GWh), 2040년 1849GWh에에 달한다. 1849GWh는 1회 충전시 5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 순수 전기차를 2300만대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금액기준으로는 2030년 55억5800만달러(6조원), 2040년 573억9500만달러(66조원) 규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폐배터리 사업은 배터리 소재 확보와 함께 전기차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며 "배터리 소재 시장과 마찬가지로 폐배터리 관련 산업은 전기차 산업과 지속적으로 동반 성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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