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철회했던 보로노이가 약 두 달 만에 재도전장을 냈다. 시장에서는 최근 철회 후 재도전한 대명에너지와 같은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보로노이는 지난 13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상장을 위한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다음 달 8~9일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한 뒤 14~15일 청약을 거쳐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공동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보로노이는 세포 내 신호전달을 담당하는 550여개의 인산화효소 중 질병의 원인이 되는 인산화효소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해 병을 치료하는 표적치료제 개발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1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39.2%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108억원, 당기순손실 156억원으로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번 공모는 보로노이의 두 번째 도전이다. 지난 3월 14~15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평가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보로노이는 최초 신고서 제출 밴드(5만~6만5000원) 대비 약 30% 낮은 4만~4만6000원으로 희망 밴드를 설정했다. 주당 평가액 대비 할인율도 36.88~17.95%에서 44.80~36.52%로 확대했다. 목표 시가총액은 밴드 상단 기준 8667억원에서 5814억원으로 32.9% 감소했다.

공모 주식 수도 200만주에서 130만주로 줄였다. 또 기존 주주들이 보유주식 대다수에 자율적 락업을 걸며 유통제한물량이 64.28%에서 74.4%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공모 물량을 포함해 상장 후 유통물량주식 비중이 25.60%로 줄어들면서 오버행 이슈가 감소할 것이라는 기대다.

임직원들이 상장 후 스톡옵션 행사로 시세차익을 누릴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보로노이는 증권신고서에 임원 및 핵심인력에서 부여된 102만6262주와 주식매수선택권 1차 부여분 일부(88만2480주)와 2차 부여분 일부(14만3782주)에 대해 상장 후 1년간 주식매수선택권을 미행사할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주관사 관계자는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해 몸값을 낮췄다"며 "또 연초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사례를 보고 임원들이 스톡옵션을 상장 후 1년 동안 행사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도 썼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상장한 대명에너지 사례를 볼 때 보로노이가 공모 흥행의 불씨를 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보로노이와 대명에너지가 철회 후 재도전, 몸값 하향, 품절주 전략 등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대명에너지 역시 올해 수요예측 부진을 이유로 한 차례 철회했다가 재도전 끝에 코스닥에 입성했다. 대표주관은 한국투자증권이, 공동주관은 삼성증권이 맡았다. 대명에너지는 재도전 과정에서 공모가 밴드를 기존보다 40%가량 낮췄다. 철회 전 희망 공모가는 2만5000 ~ 2만9000원이었다. 총 공모 주식수도 450만주에서 250만주로 줄였다. 이에 따라 상장 후 유통가능물량도 25.32%에서 14.71%로 감소했다.

몸값을 낮췄음에도 흥행에는 실패했다. 지난달 27~28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희망 밴드(1만5000~1만8000원) 최하단에서 확정됐다. 참여 기관의 70%가 밴드 하단 이하의 가격을 제시했다. 청약에서는 151.6대 1을 기록한 뒤 지난 16일 상장했다.

대명에너지는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3% 오른 1만5450원에 시초가를 형성했지만 이후 급락하며 시초가 대비 9.71% 하락한 1만39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8일 종가는 1만3700원으로 공모가 밑으로 추락했다.

시장 관계자는 "몸값을 대폭 낮췄음에도 흥행하지 못한 점을 볼 때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심이 얼어붙은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성과 성장성을 강조한 유니콘(시장평가 우수 기업) 특례 상장이라는 점도 약점이다. 보로노이는 유니콘 특례 상장 1호 기업으로 5000억원 이상 시가총액이 예상되는 기업의 증시 입성을 돕는 제도다. 적자 기업이라도 외부 전문평가기관 1곳에서 A등급을 받으면 상장이 가능하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술성장 특례기업들이 IPO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바이오는 기술성장기업 상장특례 채널의 부진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섹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으로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시중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미래 실적의 할인율이 커진다"며 "이는 투자자들이 당장 의미 있는 실적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술성장기업을 기피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