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회 투약비용만 25억원에 달하는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 ‘졸겐스마’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해 급여 적정성 평가를 받은 가운데 사전승인제도 적용 가능성도 나오면서 환자 가족들의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다.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 ‘졸겐스마’ / 노바티스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 ‘졸겐스마’ / 노바티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심평원은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산하에 사전승인제도를 담당하는 사전심사부를 설치해 사전승인제도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초고가약제인 졸겐스마의 사전승인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항목이 확대되고 신청건수가 늘어난 사전승인제도를 강화하는 동시에 전반적인 체계를 개선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사전승인제도는 1992년 조혈모세포이식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솔리리스, 스핀라자 등 9항목이 포함됐다. 신청 건수는 수천 건으로 보고된다. 심평원은 사전승인 항목이 2020년 8개 항목에서 지난해 9개로 확대 시행됨에 따라 국민에게 2800억원의 의료비 혜택이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심평원은 사전승인 항목 중 과거에는 고위험·고비용 행위였지만 현재는 다른 고가약보다 저렴해진 조혈모세포이식을 퇴출시키고, 최근 건강보험 적용이 확정된 졸겐스마를 사전승인제도에 포함 시킬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졸겐스마는 평생 1회 정맥 투여로 SMA 치료를 마무리할 수 있는 전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유전자 대체 치료제다. 결핍되거나 결함이 있는 SMN1 유전자의 기능적 대체본을 제공해 질환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기전으로 작동한다. 지난해 5월 국내 허가는 획득했지만, 1회 투여비용이 미국 기준으로 25억원에 이르는 초고가 약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신약이다.

SMA는 정상적인 SMN1 유전자의 결핍 혹은 돌연변이로 인해 근육이 점차적으로 위축되는 치명적인 희귀 유전 질환이다. 질환이 진행될수록 모든 근육이 약해지고, 이로 인해 식사와 움직임뿐 아니라 자가 호흡도 어려워지면서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SMA 신생아는 1만명당 1명 꼴로 발생하는데, 이중 SMA 환자의 60%를 차지하는 제1형은 가장 심각한 유형이다. 이들은 재빠른 치료를 받지 않으면 90%의 환자가 2세 이전에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국내에서 SMA 유전적 결함을 가진 보인자는 55명 중 1명이다.

이처럼 SMA 제1형을 앓는 신생아 부모에게는 많은 시간이 없기 때문에 졸겐스마 투여는 촉각을 다툴 정도로 빠른 처방이 요구된다.

현재 졸겐스마는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 협상 등 과정을 거쳐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될 예정이다. 현행 체계는 급여 적정성 평가 후 건보공단 약가 협상에 60일, 보건복지부 고시에 30일 시간을 주고 있어 빠르면 7~8월 급여 적용이 예상된다.

졸겐스마 급여 적정성은 ▲요양급여 사전승인 ▲환자 단위 성과 기반 위험분담 및 총액제한 등의 적용을 전제조건으로 걸려있다. 심평원은 졸겐스마 투여가 하루빨리 필요한 환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사전승인제도 항목에 해당 의약품 편성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진료심사평가위는 졸겐스마가 사전승인제도 대상으로 확정되면 현재 적응증이 같은 스핀라자에 대한 심사 분과도 조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다만 졸겐스마와 비슷한 시기에 약평위를 통과한 CAR-T 치료제 ‘킴리아’에 대해서는 사전승인제가 적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킴리아는 사후관리시스템에 편속돼 있어 약평위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게 심평원의 입장이다.

의료계에서는 심평원의 이와같은 결정이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략으로 내세운 ‘항암제·희귀난치질환약 등 초고가 의약품 건강보험 신속등재 및 급여확대’에 일환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환자·보험자 부담경감을 위해 중증질환·희귀암 신속등재와 건강보험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운 까닭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초고가 의약품이 급여 적용을 받는다 해도 적정성 평가를 받는데 상당부분 시간이 걸린다"며 "효과적인 사전승인제도를 통해 한시라도 약물 투여가 시급한 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게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