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새론이 18일 음주운전으로 입건됐다. 오전 8시부터 서울 대로변의 변압기와 가로수를 들이받았고, 이어진 도주와 채혈을 통한 음주측정까지 알려지면서 사회적인 지탄을 받고 있다. 아역 시절 영화 ‘아저씨’를 통해 순수한 이미지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만큼, 음주운전 사실에 대해 대중은 실망과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인명피해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과 눈초리가 다시 높아질 것은 자명하다. 공교롭게도 이번 일은 ‘음주운전근절’을 목표로 제정됐던 ‘윤창호법(구 도로교통법 148조의2 제1항)’이 2021년 11월 헌법재판소 판결로 위헌된 이후 가장 유명한 공인의 음주운전 사건이다.

검사 출신의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음주운전 엄벌’을 공약으로 약속했던 만큼, 음주운전의 처벌 수위는 물론 상습적인 음주운전을 겨냥한 법안의 발의·통과가 탄력을 받을 확률이 높다. 특히 ‘윤창호법’ 위헌 판결 직후 상습 음주운전으로 가중처벌 받았던 일부 피의자가 감형되면서, 조속한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이 여지껏 술과 음주운전에 관대한 문화를 가졌던 점을 생각하면, 이런 우려는 이해할만하다. 20세 남짓의 공인인 배우가 만취 상태에서도 운전대를 붙잡았다는 것은 어쩌면, 음주운전이 공인이나 일반인 구분없이 사회에서 그만큼 많이 방조되고 스스럼 없이 행해지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공인의 음주운전으로 인한 실망이나, 윤창호법 위헌에 대한 우려와 별개로 새롭게 제정되거나 발의될 ‘새로운 윤창호법’은 속도보다는 내실을 다지는데 치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기존의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으로 벌어진 참혹한 사건에 대한 국민 법감정이 결집되면서 빠르게 발의·제정·공표가 진행됐다. ‘음주운전 근절’이라는 목표를 위해 상습 음주운전자에 대한 가중처벌을 기준을 마련한 점은 좋았다. 하지만 상세한 기준이나 한계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서 헌법 소원을 피할 수 없었다.

적발 기간에 관계 없이 음주운전을 또 한다면 무조건 무거운 형벌을 매겨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개인의 감정과는 관계 없이 우리나라는 ‘죄형법정주의’를 지향하는 국가다. ‘죄형법정주의’는 어떤 죄에 있어 적합한 형벌을 올바르게 성문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민이 죄에 대한 처벌과 양형 기준을 쉽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함이면서도, 형량제일주의로 다른 인접 법안이 판결에 침해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죄형법정주의의 정신을 망각한 채, 일련의 사건이나 위헌 결정에 대한 우려를 쫒아 또 속도에만 치중한 입법에 나선다면 보완 입법의 취지는 퇴색된다. 결국 보완된 윤창호법마저 헌법재판소의 형장으로 끌려갈지 모를 일이다. 새롭게 통과하는 윤창호법이 이번에는 단단한 기준과 내실을 갖춘 진정한 ‘음주운전근절법’이 되기를 바란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