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무의 테크리딩] 테라와 루나의 교훈(상)

이학무 미래에셋벤처투자 벤처캐피탈리스트
입력 2022.05.22 06:00
기술이 세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기술을 직접 개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영역에서 필요한 만큼의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학생은 미래의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이미 직업을 가진 사람은 각자 직업의 미래 예상을 위해 세상을 바꾸는 기술에 대해 이해해야만 한다. IT조선은 [이학무의 테크리딩]을 통해서 기술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다지기와 이를 기반으로 필수적인 기술 이해 방법을 제공한다. <편집자주>

한 때 김치코인의 대명사였던 테라와 루나가 한 순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통합 가치가 60조원 이상이었지만, 그 가치가 0원에 가까워 지기까지 채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의 성장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필자에게도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번 사태가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성을 훼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좀 더 명확한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다.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모든 실패에는 수없이 많은 이유가 있다. 이번 사태 역시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특히 주목하는 것은 화폐와 경제체계 측면이다.

2022년 5월 20일 기준 앵커프로토콜 현황을 알려주는 대시보드 / 앵커프로토콜 홈페이지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스테이블코인인 테라에 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는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거래에 사용하기 어려운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개발된 것이 바로 스테이블코인이다. 코인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안전자산인 달러를 예치하고 그 가치에 해당하는 만큼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발행된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은 테더와 다이(DAI) 코인이다.

하지만 이들 스테이블코인으로 예치한 달러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재단이 예치된 달러를 다른 곳에 다 써버릴 경우 지불 능력을 상실할 수 있는데, 이를 확인할 방법이 크게 없다. DAI와 같은 경우 이를 좀 더 투명하게 하기 위해 분기마다 회계감사를 받은 후 공개하지만, 이 역시도 블록체인의 투명성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달러가 블록체인으로 통제가 가능한 가상자산이라면, 스마트컨트렉트(블록체인상의 프로그램)로 마음대로 달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설계 초기부터 어떻게 사용한다고 정해 놓고 그대로 실행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달러는 블록체인으로 통제할 수 없는 법정화폐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투명성은 확보할 수가 없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자 등장한 것이 바로 테라다.

테라는 루나라는 거버넌스(루나와 테라가 동작하는 블록체인의 주요한 결정을 하는)코인과 연계돼 있다. 테라의 변동성을 루나가 받아주는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 테라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빠지게 되면 시장 참여자는 시장에서 테라를 사서 1달러 가치의 루나를 받아 매도하고, 그 차액만큼 이익을 본다. 이 과정에서 테라 공급이 줄어들게 되고 가격이 상승하는 이치다. 반대로 수요 급증으로 테라 가격이 1달러를 넘어서면, 이 때는 1달러 만큼의 루나를 구매하고 테라로 교환해 매도한다. 차액 만큼 이익을 남긴다. 테라 공급이 증가하면서 가치가 1달러에 수렴하게 된다.

특히 테라 수요가 높아서 가격 상승 압력이 있을 경우 루나 소각이 진행되기 때문에 루나 가격을 올리는 효과가 같이 나타난다. 따라서 테라의 활용이 높아지면 테라 수요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가격 상승 압력이 발생하면 루나는 감소하게 된다. 테라 발행은 증가하게 되고 전체 생태계의 가치는 크게 상승하는 구조인 셈이다.

테라 개발자는 이 같은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앵커라는 탈중앙화 금융(DeFi, Decentralized Finance)를 만들었다. 앵커에 테라를 예치하면 20%의 이자를 지급한다. 수익이 높은 만큼 앵커에 예치하려는 테라 수요가 증가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가속화되었다.

2022년 5월 6일 기준으로 이 예치금은 140억달러(UST)를 넘어섰고 당시 테라의 전체 발행규모는 185억달러 수준이었다. 전체 발행량의 75%가 넘는 물량이 은행 예금으로 들어간 것이라 볼 수 있다. 반면에 대출은 30억달러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110억달러에 해당하는 예금에 대한 이자부담은 고스란히 앵커 플랫폼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예금과 대출의 밸런스가 크게 깨진 상황에서 20% 수준의 이자가 유지된 만큼 불균형 사태가 빠르게 가속화된 셈이다. 기존 금융시스템은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이자를 낮춰 예금 수요를 떨어뜨리고 대출 수요를 높이지만, 생태계 자체가 이자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설계되며 화를 키웠다.

예금과 대출의 과도한 불일치는 앵커 플랫폼의 수익성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테라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2022년 5월 6일 140억달러가 넘던 예치금은 불과 5일만에 44억달러(UST) 아래로 줄었다. 단번에 100억달러에 달하는 UST가 시장에 쏟아진 것이다. 예치금이 44억달러를 넘게 된 것은 2021년 12월 22일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4개월 이상 동안 쌓아둔 예치금이 불과 5일만에 한 번에 출회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면 시스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안전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생태계에 이런 장치는 없었다. 테라 개발자들이 테라의 활용성에만 집중한 나머지 금융의 가장 기본이 되는 안정성에 대해 크게 고려하지 않은 것이 테라와 루나 프로젝트의 가장 큰 실패 요인이다.

하지만 필자는 테라와 루나의 알고리즘 방식의 스테이블 코인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기술이라고 판단한다. 다만 활용성을 안정성과 신뢰가 핵심인 DeFi에서 찾았던 것이 문제고, 좀 더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곳에서 찾았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차후에 진행되는 프로젝트들도 이를 필히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이학무 미래에셋벤처투자 벤처캐피탈리스트 leehakmoo@gmail.com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학무 미래에셋벤처투자 벤처캐피탈리스트는 반도체, 핸드폰, 디스플레이 등 IT 산업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및 신재생에너지 산업까지 다수의 성장산업 분야 애널리스트로 20년 이상 활약했다. 최근까지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로 활약했다. 공학을 전공한 그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끄는(lead) 기술 읽기(read)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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