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해외 연구기관들이 최근 코로나19 질병으로 인한 후유증 및 질환 등을 치료하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해당 약물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팬데믹 초기에 저렴한 치료제로 떠오른 ‘덱사메타손’ 같은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이 다시 주목받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해외 연구팀들이 스테로이드가 코로나19 후유증 및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 픽사베이
해외 연구팀들이 스테로이드가 코로나19 후유증 및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 픽사베이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대학교는 최근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인메디슨(Frontiers in Medicine)을 통해 ‘스테로이드가 장기간 코로나19 후유증에서 회복한 환자의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라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앞서 이번 연구를 수행한 아치 마이너스 플로리다대학교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심각한 코로나19를 앓았던 입원 환자들이 회복한 뒤에도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던 경증 또는 중등도 환자들보다 이듬해 사망할 확률이 2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연구에서 연구팀은 코로나19로 입원했던 환자 1207명을 대상으로 퇴원 후 1년간 추적 관찰해 입원 중 혈액 내 염증지표인 CRP(C-반응성단백질) 수치가 높은 환자의 경우 1년 내 사망 위험률이 61% 더 높다는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당시 연구에 참여한 환자 1207명을 대상으로 입원 후 항염증 스테로이드를 처방받은 환자들은 심각한 염증 등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51%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를 잠재적인 만성질환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매이노우스 교수는 "증상 발현 후 환자에게 계속 영향을 미치는 심부전이나 당뇨같은 만성질환처럼 관리해야 한다"며 "뇌졸중과 뇌기능 장애, 조기 사망 같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스테로이드는 코로나 초기였던 2020년에 값싼 치료제로 각광받은 바 있다. 당시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가 코로나19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스테로이드계인 덱사메타손을 치료제로 사용하면서, 뚜렷한 대안이 없던 당시 상황에 큰 방향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연구진은 덱사메타손이 인공호흡기 치료군의 사망률을 35%, 산소치료군의 사망률을 20%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며, 저렴한 코로나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내의 경우 관절염 등 다양한 질환의 염증을 억제하기 위해 덱사메타손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 미국에선 0.75밀리그램(㎎) 한 알에 1.5~2.5달러(1825~3043원) 수준인 반면 국내 유통가가 17~33원 수준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이밖에 최근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백신뿐 아니라 항체치료제와 스테로이드 등을 코로나19 환자 치료용으로 지원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대 의대 통일의학센터가 현재 북한 상황이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이 많을 것으로 보고, 정부에 항체치료제와 스테로이드를 지원해야 한다고 전달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최근까지도 영국 과학자들이 코로나19 중증 환자 치료에 덱사메타손을 얼마나 더 사용해야 효과적일지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터 호비 옥스퍼드대 교수 연구팀은 덱사메타손의 용량을 20㎎을 매일 5일 간 투여한 뒤 추가적으로 5㎎을 5일간 투여해 기존 열흘동안 저용량의 약물을 투여하는 것과 효능을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해 왔다.

이들은 과거 ‘리커버(RECOVER)’라고 명명된 프로젝트를 통해 매일 6㎎ 덱사메타손을 투여한 결과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사망률이 3분의 1로 줄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다만 대부분의 스테로이드 치료는 중증 환자에 국한돼 있을 뿐 대다수의 경증 환자들에게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국내 보건당국 역시 스테로이드는 보조제일뿐 치료제로 보기에는 연구자료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덱사메타손뿐 아니라 정말 다양한 약물들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 가능한지에 대한 연구물로 사용되고 있다"면서도 "그저 덱사메타손과 같은 스테로이드 의약품들이 시중에 구하기 쉽다는 이유로 타약물에 비해 대중에 널리 알려졌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