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각종 이벤트와 서비스를 쏟아내며 서학개미 모시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 1분기 증시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한국, 미국 할 것 없이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 이에 서학개미들이 시장을 떠나는 조짐이 보이자 이들을 다시 잡기 위한 구애에 나선 것. 해외주식 매매 수수료 수익이 국내 주식에 비해 안정적인 브로커리지 수익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분기 예탁원을 통한 국내 투자자의 외화주식 결제금액은 936억달러로 직전분기(1094억7000만달러) 대비 14.5% 줄었다. 전년 동기(1285억1000만달러)와 비교하면 27.16% 감소했다.

시장별로 보면 미국 주식 결제금액은 891억400만달러로 직전분기(1026억6000만달러) 대비 13.7% 감소했다. 미국은 전체 해외주식 결제 규모의 95.2%를 차지하는 국가다.

주요 증권사들의 외화증권수탁 수수료 수익도 크게 감소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분기 전체 증권사의 외화증권수탁수수료는 1983억원으로 전년 동기(2856억원) 대비 30.57% 줄었다.

증권사별로 보면 키움증권이 576억원에서 331억원으로 42.57% 감소하면서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이어 삼성증권도 542억원에서 315억원으로 41.8%로 줄어들면서 40%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24.18%), NH투자증권(-25.87%), 한국투자증권(-31.08%) 등 외화증권수탁수수료 상위권을 차지하는 증권사들 역시 전년 대비 수익이 감소했다.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었지만 증권사들은 해외주식 서비스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수익 1위인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6일 미국 주식 토탈뷰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 주식 정규장 거래 고객에게 개별주식 호가와 잔량 정보를 확대 제공하는 서비스로 나스닥과 협업을 통해 선보이게 됐다.

미국주식 토탈뷰 오픈 기념 나스닥 타워 게시 모습.(사진=미래에셋증권)
미국주식 토탈뷰 오픈 기념 나스닥 타워 게시 모습.(사진=미래에셋증권)
지금까지 국내 증권사들은 미국 주식 정규장 거래 고객에게 매수, 매도 각 한 개씩의 제한된 호가와 잔량만을 제공해 왔다. 이번 서비스 오픈으로 미래에셋증권은 미국시장 개별주식의 호가와 잔량을 20호가로 확대 제공하게 돼 국내 주식과 같은 거래 환경을 제공하게 됐다. 키움증권도 미래에셋증권과 같은 날부터 토탈뷰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2월부터 미국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에는 정규 시장(한국 시간 오후 11시 30분~익일 오전 6시), 프리마켓(오후 6시~11시 30분), 애프터마켓(오전 6~7시)에만 미국 주식 거래가 가능했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미국 주식 모든 종목을 한국 시간 기준 오전 10시~오후 5시 30분까지 매매할 수 있게 됐다. 주간 거래 서비스는 출시 55영업일만에 누적 거래대금 1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말부터 미국 주식 10호가 서비스도 시작했다. 매수와 매도 5호가씩 총 10호가를 제공하며 주간 거래에 적용된다.

시장에서는 경쟁 과열로 수수료가 무료인 국내 주식과 달리 해외주식에서는 매매수수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서비스 확대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의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변동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브로커리지 부문 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부문은 해외주식 매매 수수료 수익"이라며 "비용 지출은 일정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투자금액과 수수료율 모두 높은 편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평균적으로 국내 주식 매매 수수료율은 무료에 가까운 반면 해외주식 매매 수수료율은 약 25bp에 책정돼 있다"며 "기관과 외국인보다 매매 회전율이 높은 개인이 투자 주체의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점도 수익 확대에 일조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