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루나사태, 새 정부 해결 능력있나

손희동 기자
입력 2022.05.23 06:00
세계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든 테라USD-루나 폭락사태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투자자들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코인을 사라고 부추겼던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신뢰도 바닥을 쳤다. 각국 금융당국은 새로운 시장에 대한 규제에 나서느라 안간힘이다.

블룸버그가 암호화폐 정보사이트 코인게코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증발한 테라(UST)와 루나의 시가총액만 450억달러(약 58조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투자자만 28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이들이 보유한 코인만 700억개 정도 된다고 한다.

이들 코인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루나-테라의 실질가치를 0으로 본다. 이미 많은 글로벌 거래소들이 거래를 정지시켰거나 정지 시킬 예정이다. 업비트와 빗썸을 비롯한 국내 5대 거래소 역시 상장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많은 투자자가 돈을 잃은데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기에는 규모나 파급력이 엄청나다.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의 주범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사기혐의로 고소했고,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부활시킨 금융·증권범죄 합동 수사단이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이 와중에 권도형 대표는 새로운 형태의 루나를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탈중앙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던 미래금융 모델은 갈수록 막장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기존 루나를 소각하거나, 외부에서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거나 해야 하지만, 이미 이는 물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이쯤되면 사실상 폰지(다단계)사기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이 혼란 속에서 금융당국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나와, "국내 가상자산사업자와 논의해 투자 유의 고지 등이 잘 되도록 하겠다. 가격이나 거래 동향 등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한 게 고작이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의 반응도 별 다를 바 없다.

금융당국의 접근에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다. 사실 딱히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지난해 말부터 시행 중인 암호화폐 관련 법률인 특정금융정보법은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의 자금세탁 행위만 감시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가칭)’이 논의되고는 있지만 언제 도입될지 미지수다.

이전 정부 관료로 채워진 현재의 금융당국에서 이번 사태 해결을 바라긴 요원해 보인다. 가상자산 거래소 폐지를 주장했던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이나 "가상자산을 사고 파는 사람이 투자자인가’라고 했던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의 상황 인식이 이를 잘 대변한다. 지난 정부에서 규제의 골든타임을 놓친 결과, 가상자산 시장은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이 됐다.

결국 이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몫이 됐다. 이미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코로나 셧다운 등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글로벌 경제위기 파고에 국내 물가도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고 금융시장의 출렁거림은 멀미날 지경이다.

그럼에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 목록에 가상자산 시장도 올려와야 한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워서는 안될 일이다. 규제와 육성 사이에서 황금률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얼마나 준비된 사람인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지, 시장에 대한 무지만 드러내게 될지 한 번 지켜볼 일이다.


손희동 디지털파이낸스 부장 sonn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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