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메기가 될 것이라 기대를 모으던 빅테크 계열의 증권사 카카오페이증권과 토스증권이 초라한 1분기 성적표를 받았다. 증권사라면 갖춰야 할 IB(기업금융)사업 없이 리테일 중심으로 짜여진 영업구조의 한계를 노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토스증권은 10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당기순손실도 104억원으로 전년 동기(-74억원) 대비 적자폭이 확대됐다. 토스증권과 같은 핀테크 증권사인 카카오페이증권 역시 마찬가지였다. 카카오페이증권은 1분기 영업손실 102억원, 당기순손실 109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은 출범 전부터 증권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킬 메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12년 만에 등장하는 새 증권사이자 두 증권사 모두 핀테크 업체가 증권업이라는 기존 금융업으로 발을 넓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플랫폼을 활용해 업계를 뒤흔들 만한 차별화된 사업을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두 증권사 역시 출범 당시 기존 플랫폼인 토스와 카카오페이를 통해 사용자들이 투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새로운 증권사’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실제 두 회사는 출범과 동시에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투자자들을 블랙홀처럼 끌어모았다. 토스증권은 투자자들에게 국내주식 1주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실시하면서 가입자 수를 급속도로 늘렸다. 지난 달에도 실시간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소수점 증정 이벤트를 열었고 40만명이 넘는 고객이 몰리며 조기종료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카카오페이증권 역시 올해 초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를 출시하면서 유관기관 비용을 포함한 수수료 전액 면제와 미국 주식 거래에 대한 환전 수수료 무료라는 이벤트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양 증권사의 실적은 초라할 따름이다. 오히려 기존 증권사들이 자리 잡은 시장에 뛰어들다 보니 광고선전비만 천정부지로 늘렸다.

시장 안팎에서는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의 실적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시가 얼어붙으면서 IB부문 강화에 무게를 옮기는 증권업계와 달리 양 증권사 모두 리테일에 치중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두 회사는 상반된 전략으로 하반기를 공략하기로 했다. 토스증권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리테일 부문에 주력할 것을 선언한 반면, 카카오페이증권은 리테일 강화와 동시에 IB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중점 역량에 대한 선택과 집중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투트랙 전략을 가져갈 것이라는 계획이다.

메기 효과는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의미한다. 허나 메기 효과가 크지 않다면 오히려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수 있다. 새롭게 전략을 다듬은 두 핀테크 증권사가 메기로 남을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볼 일이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