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격화되는 '간호법' 갈등…무엇이 문제일까?

김동명 기자
입력 2022.05.25 06:00
법의료계가 최근 여의도에서 대규모 ‘간호법 제정저지를 위한 공동 궐기대회’를 개최하면서 의료직무간의 갈등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처음 열린 대규모 시위인데다가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갈등이 당분간 지속될 예정인 가운데 의료계는 ‘필사 항쟁’을 외치며 집회를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원 7000여명이 22일 여의도공원 일원에서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간호조무사 공동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 의협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최근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궐기대회와 삭발투쟁을 진행했다. 이날 자리에는 의협 집행부 임원 및 대의원회 의장, 운영위원회 위원, 전국 각 시도의사회 회원, 대한의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및 산하 학회, 의사회,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대한공공의학회,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산하단체 및 한국여자의사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원 및 전국 간호조무사회와 대한임상병리사협회, 의료기사총연회 임원 등 주최측 추산 70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집회는 17일 간호법 제정안이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차원에서의 시위다. 궐기대회 참가자들은 ‘간호사의 의사 행세 국민건강 위협한다’, ‘간호법의 독선 추진 의료체계 붕괴된다’, ‘간호협회 사리사욕 보건의료 붕괴된다’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필수 의협 회장과 곽지연 간호조무사협회 회장은 궐기대회 말미에 삭발을 하기도 했다.

간호법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간호법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야 3당을 중심으로 간호법 제정 추진을 약속함으로써 세상에 이름이 알려지게 됐다. 이후 지난해 3월 여야가 간호법을 발의해 정식적인 입법 절차에 돌입했다.

간호법 제정이유는 고령화사회와 연관된다.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이후 2026년에는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고령인구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의료 및 간호 서비스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고령층이 기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필요도가 높아졌고,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전염병이 등장하면서 감염병 대응과 치료를 위한 숙련된 간호사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현행 의료체계가 1951년에 제정된 ‘국민의료법’을 기초로하고 있어 의료인과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제정된 법률만으로는 현대 의료시스템을 반영하기에 역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숙련된 간호사 등 인력을 장기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열악한 근무환경의 개선과 지역 간 인력 수급 불균형의 해소를 위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간호 정책의 시행이 필요하나, 현행 의료법에는 이와 관련된 규정이 미비한 상태다.

이처럼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대한 정의와 적정 노동시간 확보, 처우 개선을 요구할 간호사의 권리 등을 핵심 골자로 담고 있다.

간호사의 업무(제10조)로는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간호 요구자에 대한 교육·상담 및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획과 수행,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건활동 ▲간호조무사가 수행하는 업무 보조에 대한 지도 등이다.

신경림 간호협회 회장은 "간호법은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간호 수요와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주기적 공중보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다"며 "간호법 제정을 토대로 숙련된 간호인력을 확보하고 지역 간 적정인력을 배치해 앞으로 맞을 보건의료 환경변화에 대비해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간호사를 제외한 의료계는 왜 반대하는 걸까?

의료계의 반대 의견은 간호법 제정안 첫 문단부터 발생한다. 제1조(목적)를 보면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의협을 비롯한 범의료계는 ‘지역사회 활동’이라는 단어를 지적하며, 앞으로 지역사회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늘어날텐데, 해당 문구로 인해 간호사와 의사의 업무영역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간호조무사들은 간호법이 간호조무사의 사회적 지위를 더 악화시키고 간호조무사나 요양보호사를 간호사의 지도·감독하에 두도록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의료법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의료적 행위에 대한 직무요소를 담고 있어야 하지만 이번 간호법은 의료기관 밖의 지역사회까지 적용대상으로 보고 있다. 의협은 이점을 문제삼고, 병원 밖 지역사회 어르신의 건강을 돌봐야 하는 보건의료체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간호사 독립 역할만 강화하는 식으로 간호법이 만들어졌다고 비판한다.

또한 현행 의료법에 의하면 장기요양기관이나 사회복지시설, 어린이집 등 지역사회에서 간호조무사가 간호사 없이 촉탁의 지도하에 간호업무를 하고 있다. 하지만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조무사가 간호사 없이 업무를 할 수 없게 되고, 현재와 같은 간호조무는 간호법 아래에서는 축소되거나 불법행위로 간주된다.

범의료계는 특정 직역만 이익을 주는 법안 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간호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은 코로나19 확산에 온몸을 던져 헌신한 결과에 대한 보상을 오직 간호사만 얻겠다는 것이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서 엔데믹 상황에 이르기까지 간호사를 제외한 보건의료직역의 땀과 노력은 누가 보상해줄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은 "간호조무사를 수혜자라면서 우리를 모독하지 말아달라. 법정단체는 당연한 우리 권리이지, 그 무슨 선물이 될 수 없고, 간호조무사는 수혜자가 아니라 피해당사자다"며 "당연히 없어져야 할 간호조무사 고졸 학력 제한은 그대로 남아 있다. 간호조무사를 ‘고졸’만 하라고 학력을 제한한 것은 간호조무사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 위헌이다"고 반발했다.

간호조무사 단체들은 간호법 제정 당시 ‘특성화고 졸업자 또는 그 이상의 학력이 인정되는 교육기관에서 간호관련 학과를 졸업한 자’로 수정하는 것을 요청했으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에서는 해당 요구를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간호법을 둘러싼 갈등 계속 이어지나?

이제 간호법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본회의 의결만을 남겨두게 됐다. 이에 의료계는 "간호법 저지에 뜻을 함께 하는 보건의료단체는 간호악법 저지투쟁을 위해 연대를 강화하고 국회의 입법독주에 대응해 총궐기할 것이다"라고 선언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보건복지위원장 명의로 법사위에 전달된 서한에 따라 의료인 면허 결격사유를 확대하는 의료법 개정안인 ‘의사면허취소법’까지 통과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해당 개정안은 의료인이 금고 이상 실형을 받게 될 경우 면허를 취소하고 면허 재교부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의협은 법사위에 간호법의 법적 미비점을 최대한 설득하겠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의협 관계자 "의협 회원 14만명과 간호조무사협회 회원 85만명으로 99만명에 이른다"며 "6월 1일 지방선거 전에 간호협회 40만명보다 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고 설명했다.

25일에 개최될 법사위에 간호법 안건이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 현 시점에서 박광온 민주당 법사위원장을 비롯해 전체 18명의 의원 중 민주당 10명, 국민의힘 6명, 무소속 2명이라 민주당 의지만으로 간호법은 국회 본회의까지 무난하게 넘어갈 전망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 해당 법안에 명확한 검토와 법안의 심층적인 재논의를 요구해야 한다"며 "현 상황처럼 흘러간다면 의료계 총파업이 현실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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