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금융당국 주요 인사들이 모여 ‘루나 사태’ 대응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국민의힘 당 정책위원회와 가상자산특별위원회는 24일 국회에서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과 코인마켓 투자자 보호 대책 긴급 점검’ 당정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등 관계부서가 참석했다.

/조선비즈
이날 금융위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한국산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 테라(UST)의 거버넌스·스테이킹 토큰 루나(LUNA) 국내 이용자 수는 10만명, 보유수량은 317만개, 시가총액은 330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수 668만명 중 1.5%,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 대비 0.8%에 불과한 규모다.

이후 루나 가격이 하락하는 열흘간 보유자수는 28만명, 보유수량은 809억개로 급격히 증가했다. 하락장에 해외에서 유입된 루나 물량이 늘고 투기적 수요가 결합된 결과로 금융위는 보고 있다.

FIU "관리·감독 한계, 상장&상장폐지 운영 개선방안은 업계에"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루나 사태가 국내 금융회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가상자산 시장의 전반적 약세가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칠 간접적 영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FIU는 루나 사태에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가상자산 시장을 관리·감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정금융법상 자금세탁방지 사안에 대해서만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FIU가 5대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가상자산 투자 유의를 경고하고, 알고리즘 기반 코인과 연동된 가상자산 명단을 공개하는 조치를 권고한 데 그친 것도 이 때문이다.

FIU의 ‘가상자산 시장 거리두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FIU는 가상자산 상장과 상장폐지에 대한 절차와 운영 개선방안을 업계에 맡긴다.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이행하도록 지도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가상자산 백서, 평가 보고서 등 투자 정보를 고객에게 충분히 제공하도록 하고, 코인런이 발생할 경우 대응책을 마련하는 지 들여다 본다.

필요할 경우 가상자산 관계부처 협의체를 통해 공동 대응에 나서는 한편, 가상자산 법안 국회 논의과정에서 개선사항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증권형·비증권형 규율 체계 마련…스테이블코인·디파이 규율 방안 검토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발행과 유통 규율체계에 대한 기존 논의를 이어간다. 가상자산을 경제적 실질에 따라 배당이나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증권형 토큰과, 지급결제 등의 기능을 가진 비증권형 토큰으로 나눠 규제 체계를 확립할 방침을 재차 밝혔다.

증권형 토큰은 투자자 보호장치가 마련된 자본시장법에 근거해 규제한다. 필요할 경우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우선 활용할 방침이다. 비증권형 토큰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논의를 통해 규율한다. 가상자산 발행과 상장, 불공정거래 방지 등 규율 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해킹, 시스템 오류 등에 대한 보험제도를 도입하고 부당거래 수익 환수 등 보호 장치도 마련한다.

이와 함께 제도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국제결제은행(BIS), 금융안정위원회(FSB) 등 국제금융기구와 미국 행정명령 등 각 국가의 규제 논의 동향과 보조를 맞출 계획이다. 최근 이슈가 된 스테이블 코인과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에 대한 규율 방안도 검토한다.

금융위는 제도화 전에도 국무조정실이나 검찰·경찰과 긴밀한 공조 체계를 구축해 사기나 배임 등 불법 거래를 점검할 예정이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과 코인마켓 투자자 보호 대책 긴급 점검’ 당정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 IT조선

금융감독원, 테라폼랩스 관계사 현장 점검…’가상자산 리스크 포럼’ 확대 개편

금융감독원은 테라 개발사인 테라폼랩스와 관련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부 업체에 대해 현장 점검을 실시한다. 루나 사태에도 관련 서비스가 유지되고 있는지, 이탈 자금이 없는지, 이용자 보호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지 등을 확인한다.

나아가 국내 거래소에서 유통되는 가상자산 위험도를 분석한다. 연구용역을 실시해 리스크 특성을 분류할 계획이다. 연구 결과는 공개한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상장평가, 투자자 가치 평가나 후속·연구 등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밖에 금융감독원은 국내외 가상자산 시장 현황과 주요 변동사항, 해외 입법 동향을 검토해 관계기관과 수시로 공유하겠다고 했다. 또 가상자산이 지닌 리스크를 미리 파악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의 블록체인 포럼을 가상자산 리스크포럼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불공정 약관 조항 시정명령 이행점검 실시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6월부터 약관 시정 사항을 준수했는 지 점검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16개 가상자산 거래소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약관 외에 모든 사항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운영 정책을 따르도록 하거나, 서비스를 거래소 마음대로 변경·교체·종료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대상이 됐다. 약관을 바꿀 때 공지 기간이 지나치게 짧은 조항도 시정 대상이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소비자원을 통해 접수되는 상담·피해구제·분쟁조정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공정위는 두나무를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해 상호·순환출자, 사익 편취 등 부당한 방법으로 경제력이 확장하는 것을 감시할 방침이다.

경찰청, "테라·루나 유사수신행위로 보기 어려워…관계부처 합동으로 해결할 것"

경찰청은 현재 가상자산 불법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범죄 유형별 전담 수사팀을 운영하고 있다. 가상자산을 이용한 유사수신·사기 등 경제적 취약 계층을 노리는 민생침해 금융범죄가 집중 단속 대상이다.

테라·루나 사태는 유사수신행위법을 금지하는 행위인지가 불분명해 수사도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유사수신행위가 성립하려면 불특정 다수로부터 ‘금전’을 받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 현행법상 가상자산을 금전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명확치 않다.

또 피해가 확인돼 사건을 접수하면 이미 피의자가 범죄수익금을 숨기거나 처분한 경우가 많아 환수가 불가능한 점도 문제다.

테라·루나 사건은 서울 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에서 수사 중으로 관계부처와 협력해 사건 해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회, 청문회 추진하지만 권도형 출석은 한계…시행령에 상장기준 마련 주문도

국민의힘은 하반기 청문회를 열고 루나 사태를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다만 루나·테라 개발자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개발자를 부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여당은 시행령을 개정해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행령에는 고객 예탁금 보호, 질서교란 행위 등 문제점이 담기도록 금융당국에 주문했다. 또 가상자산 상장 기준도 시행령에 담을 수 있도록 요청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6·1지방선거 이후 당·정·업계 간담회를 정례화할 계획이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