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부터 디지털 화상 창구를 (시범) 운영한 결과, 이용 고객의 만족스러운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화손해보험이 손보업계 ‘최초’로 화상상담 창구를 오픈했다고 발표했다. 여기까지라면 좋을 뻔 했다. "최근 보험사는 물론, 은행, 증권사 등 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많은 벤치마킹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한화손보가 만든 화상상담 창구는 시중 은행들이 내놓은 화상상담 창구와 비슷한 형태다. 무인점포에 화상상담 창구를 1~2개 설치하거나, 지점 1층 귀퉁이에 창구를 두는 식이다. 이곳에서 고객들은 대형 모니터를 보며 화상으로 연결된 전문 상담사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업계의 분위기는 다소 냉소적이다. 코로나 시국을 거치면서 이미 화상회의가 보편화됐고, 학생들도 줌을 통해 수업을 받는 등 화상 통화 자체가 이미 대단한 디지털 기술이 아니다. 화상으로 본사 상담원을 통해 보험에 가입하면 실제 직원을 만나 업무를 처리하는 형식과 별반 다르지도 않다.

업계는 보험사 특유의 디지털 전환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MZ세대가 많이 찾는 미니보험 같은 소액보험은 카카오톡 같은 디지털 채널을 개설하는 등, 편의성을 도모하는 것이 맞다.

반면 종합보험이나 암보험 등은 약관만해도 두꺼운 책으로 나오는 분량이라 아직 대면 가입이 불가피하다. 업계에선,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개정으로 금융 소비자에게 필수로 약관을 안내해야 해서 현실적으로 디지털 채널에서 가입자를 모집하기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강성수 한화손보 대표는 지난 2년간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 실적을 개선한 공로로 연임에 성공했다. 앞으로 한화손보의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한화손보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맞춤형 전략을 찾아야 한다.

최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최근 디지털 전환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SNS에 남겼다. 정 부회장은 "여러 사람이 모여서 표정을 보며 논의를 해야 하는 일에는 줌이 필요하지만, 아니라면 이메일이나 전화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보여주기식에 불과한 디지털 만능주의는 지양하자는 얘기다. 이 역시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