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공약으로 등장한 본사 이전…기업은 ‘외압・갈등’ 우려

조성우 기자
입력 2022.05.26 06:00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이하 지선)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부 후보들이 기업 본사의 지역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같은 공약이 지역갈등과 주주 반발을 불러올 우려가 대두되고 있으며 정치권의 기업 압박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김기재 당진시장 후보는 당진을 핵발전없는 미래산업의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며 현대제철 본사의 당진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현대제철은 당진에 제철소를 두고 있지만 본사는 인천이다.

같은 당 소속 한병락 임실군수 후보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유치 및 창업지원을 통해 임실인구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일진제강 본사 유치를 공약했다. 일진제강은 일진그룹의 계열사로 유정용강관, 발전산업용 강관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본사는 서울시 마포구에 있다.

지선을 앞두고 국회에서도 지역에 공장 등 사업장을 둔 기업의 본사 유치를 지원하기 위한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김회재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여야 9명의 국회의원은 국가산업단지 입주기업의 본사를 지역으로 이전하는 '지역본사제' 도입을 촉구했다.

현대제철 인천공장 전경 / 현대제철
이들은 "지역본사제를 추진하는 기업들에 대한 세금 감면, 연구・개발 투자, 규제특례·국유재산 사용 특례 제공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국회에서 지역본사제를 위한 과감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선 후보들 및 정치권에서는 지역 일자리 창출과 지역균형발전 등을 근거로 기업의 본사 이전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각종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은 다르다. 지금도 지역 이전시 각종혜택을 받지만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152개사 응답)으로 '기업의 지방 이전 및 지방 사업장 신증설에 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9.4%는 이전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지방 이전의 장애 요인으로 ▲시간·비용 증가 등 교통·물류 애로(23.7%) ▲기존 직원 퇴사 등 인력 확보 애로(21.1%) ▲규제(12.3%) ▲사업장 부지 확보 애로(12.1%) 등을 꼽았다.

지역 이전의 득실 이외에 본사 이전 등과 같은 공약이 지역 갈등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례로 김기재 후보가 당선될 경우 현대제철 본사를 두고 당진과 인천이 대립할 수도 있다. 또 현대제철 공장이 있는 순천, 포항 등도 현대제철 본사 이전 이슈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주주들과 갈등도 우려 지점이다. 본사 이전 등 큰 사안은 주주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공약을 낸 후보들은 주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해당 공약을 추진할 경우 주주들과 마찰이 생길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업의 지방 이전 장애물 및 지방 이전에 필요한 인센티브 의견. / 전국경제인연합회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과도한 민간 기업 개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기업의 향후 계획과 비전, 주주들의 의중은 고려하지 않은 채 유권자와 약속이라는 명분으로 본인들의 공약의 당위성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선 후보들이 본사 이전 등과 같은 기업 관련 공약을 낼때 해당 기업과 소통을 하지 않는다"며 "기업들은 공약이 발표된 이후에나 ‘이런 공약이 있구나'라고 알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공약이 가지고 올 파장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본사를 이전시킨다고 하면 기존에 본사 소재지에서는 가만히 있겠나. 사업장이 있는 타 지역도 나서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이 같은 공약이 현실화될 조짐이 보인다면 주주들 역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며 "당선만을 위한 공약이 갈등을 야기하게 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급격히 변화하는 산업패러다임에 맞춰 다양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 같은 공약이 등장하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며 "현실이 고려되지 않은 공약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결국 압박을 받는 것은 기업 아니겠나"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진정으로 지방에 기업 본사를 유치하고 싶다면 기업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는 것이 맞다"며 "지역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인센티브를 부여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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