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서울에서 출발한 버스는 멀찍이 부남호가 보이는 충남 태안군 근처의 한적한 곳에 멈췄다. 선잠이 든 정신을 깨며 주위를 둘러보자, 작업중인 듯한 현장과 넓은 평지 속 홀로 솟은 거대한 관제탑의 얼굴이 보였다.
관제탑 이마의 영문을 찬찬히 읽어보니,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 ‘테크노링(Technoring)’에 도착했음이 실감났다. 처음 만난 테크노링의 공기는 공사장 느낌이 가시지 않은 신축 시설과 근처 서해의 소금기를 버무린 듯한 향기를 풍겼다.
한국타이어의 긴 염원을 담은 만큼, 테크노링은 압도적인 규모와 인프라를 자랑한다. ‘테크노플렉스’와 ‘테크노돔’의 전략과 기술을 증명하는 테스트 베드인 만큼, 13개 테스트 트랙부터 타이어 워크샵 등 시험에 필요시설을 모두 포용하기 위해서다. 특히 축구장 125개를 수용 가능한 테크노링의 면적은 큰 장애물이 없음에도 관제탑 아래에서는 쉽게 가늠이 되지 않았다.
오프로드 시험장과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까지 마무리되면 규모와 기능을 두루 갖춘 장소가 될 것으로 보였다.
특히 연구개발혁신총괄을 맡고 있는 구 부사장은 그룹 R&D 인프라의 종착지인 테크노링 건설에 누구보다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며, 열띤 얼굴로 테크노링 인프라와 시설·향후 계획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주행시험장에 진입한 시승차는 곧장 관제탑 기준 오른쪽 하단 끝에 배치된 마른노면 핸들링 장소로 이동했다. 타이어 주행시험을 재현하는 인스트럭터의 거친 운전에 차체가 마구 흔들렸다. 다리로는 바닥을 등으로 시트를 단단하게 지지했지만, 잦은 방향전환에 일순간 구토감이 올라왔다.
공도라면 엄두내지 못할 운전이었지만, 널찍한 도로 공간과 주행시험중인 차량들이 서로 마주볼 수 없는 경로로 설계된 테크노링의 특성 때문에 과감한 조작이 가능했다.
개인적으로 느껴진 테크노링의 하이라이트 부분은 젖은 노면 핸들링·수막곡선로로 이어지는 구간이었다. 우천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젖은 노면의 수막 현상은 타이어와 완성차의 접지력을 하락시키는 요소다.
테크노링 수막곡선로 등에서 조절할 수 있는 1~10㎜ 수심은 특별한 정도는 아니지만, 다양한 수심 환경을 구현하며 타이어와 차량의 접지력을 확인하고 오버스티어 같은 현상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어 보였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