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 총력 펼치는 제약·바이오업계

김동명 기자
입력 2022.05.27 06:00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으로 불리는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영역에 뛰어드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늘고있다. 면역항암제 등 다양한 암종 치료가 가능한 첨단바이오 의약품인 만큼 블록버스터(매출 1조원 이상 의약품) 신약 개발을 위한 각축전이 펼쳐지는 중이다.

종근당은 최근 바이오기업 이엔셀과 손잡으며 본격적인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 종근당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최근 전체 항암 치료 임상의 60%가 세포 기반 면역항암제 임상시험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투자 금액도 지난해 240억달러(30조4000억원)를 기록해, 2020년 188억달러에 비해 27.7% 증가했다.

미국 임상시험정보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올라온 자료를 보면, 올해 4월 기준으로 1200개 이상의 세포 기반 면역항암제 임상이 진행 중이다. CAR-T(키메라항원수용체-T) 치료제가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감마델타 T세포, NK(자연살해)세포, 마크로파지(대식세포), TIL(종양침윤림프구) 등 세포 치료제 영역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세포치료제 대표주자는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다. 노바티스는 기적의 항암제로 평가 받는 CAR-T 세포치료제 ‘킴리아’를 개발한 기업이다. 킴리아는 혈액암의 일종인 B세포 급성 림프성 백혈병과 비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제다.

CAR-T 치료제는 환자의 면역세포를 추출, 세포 표면에 암세포를 인지하는 수용체를 삽입해 ‘암을 공격하는 강력한 세포(CAR)’를 만들어 다시 환자에게 재주입하는 방식으로 항암효과를 제공한다. 킴리아 이외에도 길리어드의 예스카다·테카투스 등 5종의 CAR-T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상태다.

최근 국내에서는 전통제약사인 종근당이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기업과 손잡으며 관련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종근당은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이엔셀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신약을 함께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종근당이 암 치료에 효과적인 표적 단백질을 분석하면 이엔셀은 후보물질 발굴을 맡는다. 화학의약품에 강점을 갖던 종근당은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통해 본격적인 종합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국내 바이오벤처인 큐로셀은 CAR-T 치료제 후보물질 ‘CRC01’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앞서 큐로셀은 임상을 통해 CRC01을 투여한 환자 9명 중 7명에게서 암이 완전히 사라지는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한 바 있다.

CRC01은 큐로셀의 독자 플랫폼 기술인 ‘오비스(OVIS)’를 적용한 차세대 CAR-T 치료제다. 노바티스 킴리아와 동일하게 CD19 단백질을 타깃하지만, 면역관문수용체인 PD-1과 TIGIT의 발현을 동시에 억제해 항암 효과를 높였다.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이 한창인 만큼 의약품 상용화를 위한 생산공장설비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기존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하던 CMO(위탁생산) 기업들이 첨단 기술이 필요한 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 설비를 확충하기 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초 항체의약품 CMO 중심인 사업을 mRNA, pDNA, 바이럴벡터 등 세포·유전자 치료제까지 확대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mRNA, 세포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는 5공장을 연내 착공할 계획이다.

SK는 자회사 SK팜테코를 통해 최근 미국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위탁생산개발) 기업 CBM에 3억5000만달러(4200억원)를 투자하며 2대 주주에 올라섰다. 지난해 3월 프랑스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기업 이포스케시를 인수한 지 9개월 만이다. 이를 통해 SK팜테코는 유럽과 미국에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기반을 다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차바이오텍 미국 자회사인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는 이달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시설을 본격 가동했다. 미국 텍사스주 칼리지스테이션에 위치한 마티카 바이오의 CDMO 시설은 FDA에서 인정하는 cGMP(우수의약품생산규격) 기준에 맞춰 설계, 시공됐다. 500리터 용량의 바이오리액터(세포 배양기) 와 글로벌 수준의 제조설비를 갖추고 있다.

마티카 바이오는 세포·유전자치료제의 핵심 원료인 렌티 바이러스벡터, 아데노 부속 바이러스 벡터 등 바이럴 벡터(Viral Vector)를 생산하고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 및 생산 서비스까지 할 예정이다.

이처럼 다양한 기업들이 세포·유전자 치료제 영역에 뛰어든 이유는 미래먹거리로 유망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보고서 TBRC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세포 기반 면역항암제 시장은 2021년 603억2000만달러(76조4000억원)에서 2022년 705억9000만달러(89조원)로 17.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면역항암제 영역이 점차 1세대 화학의약품, 2세대 항체 치료제를 넘어 3차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대로 접어들면서 기업을 지속 성장시키기 위해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유망 바이오벤처들이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국산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산업을 대부분 담당하고 있는 화학의약품 시장이 점점 고착화되고 있는 만큼 개발과 복제가 어려운 세포·유전자 치료제로 기업들은 한단계 더 성장하고자 하는 기회를 엿보고 있다"며 "바이오 분야에 대한 시장 관심이 높아진 점을 이용해 국산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이 활성화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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