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러·우 전쟁 장기화로 해상 운임 고공행진이 장기화되면서, 타이어 기업과 해운 기업 간 희비가 엇갈린다. 타이어 기업은 글로벌 다수 기업을 고객사로 둔 특성상 해상 운임비 지출이 크다. 해상 운임비가 좀 처럼 하락하지 않으면서 해마다 지출 비용이 커지는 추세다. 반면, 해운사는 기업 규모 관계 없이 대부분 ‘어닝 서프라이즈’로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타이어·물류 업계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26일 글로벌 해상 고운임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인다. 해상 운임이 2020년부터 하락·상승을 반복하면서도 평균적인 가격은 오른데다, 연관된 글로벌 공급망 문제와 러·우 전쟁이 장기화됐기 때문이다. 반면, 글로벌 해상 운임료의 하락을 부를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 코로나19 봉쇄는 영향이 기대치를 밑돌았다.

아우디 차량에 장착된 브리지스톤 타이어 / 이민우 기자
아우디 차량에 장착된 브리지스톤 타이어 / 이민우 기자
한국관세물류 협회 지표에 따르면, 5월20일 기준 해상 운임 중 컨테이너선의 시황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지수(SCFI)는 4162.7포인트를 기록했다. 한창 기세를 높이며 5000포인트를 넘나들었던 1월보다는 낮아졌지만, 2021년(3432.5)과 2020년(855.1)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글로벌 수출 기업 입장에서 여전히 살인적인 수치다.

수출 비중이 유독 높고 해상 운임에 기댈 수 밖에 없는 타이어 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로 천장을 뚫은 해상 운임료에 맨몸으로 버티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수위권 타이어 기업도 고공행진 중인 해상 운임에 대해 뾰족한 수를 쓰지 못하는 중이다.

글로벌 타이어 시장 매출 6위(2020년 매출 기준)인 한국타이어의 경우 2020년 이전 해상 운임 비용이 연 2000억원쯤에 불과했으나, 2021년에는 4400억원까지 관련 지출이 늘었다. 불과 1년 사이 2배에 달하는 값으로 해상 운임 비용이 폭등한 셈이다.

이수일 한국앤컴퍼니 대표는 "2021부터 컨테이너선 등 선박 운임 가격이 크게 오른 상태로, 2022년에는 타이어 공급을 정상 진행한다는 가정 하에 1조원쯤 해상 운임 비용이 지출될 수도 있다"며 "해상 운임 업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본사에서 관리·관계하고 있는 선사를 다양화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고려해운에서 운영 중인 일부 동남아 해상 운임 노선 / 고려해운
고려해운에서 운영 중인 일부 동남아 해상 운임 노선 / 고려해운
물류 비용 상승으로 연일 울상인 타이어 기업과 달리 해운사는 해상 운임료 증가 수혜를 대형·중견 가릴 것 없이 누리는 중이다.

국내 해운업계의 맏형을 맡고 있는 HMM(前현대상선)은 2022년 1분기에만 3조14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21년 1분기에도 1조원대 영업이익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불과 1년만에 영업이익이 200%이상 연거푸 폭등했다.

국내 중견 해운사인 고려해운도 2021년에만 1조4500억원쯤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거뒀다. 2020년 당시 고려해운의 영업이익은 1600억원쯤이었다. 1년 사이 영업이익이 9배쯤 증가했는데, 주력인 동남아 노선의 활발한 물류 전개가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고려해운이 운영하는 동남아 노선 경로에는 중국과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타이어를 비롯한 다양한 글로벌 기업의 제조 공장이 포진한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중국에 충칭 등 3개 공장, 인도네시아에 자카르타 인근 1개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금호타이어도 베트남 등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