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웹툰, 앞에서는 상생…뒤에서는 묵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 직계약 작가가 작품의 회차별 조회수 공개를 요구해 왔으나 카카오엔터 측이 이를 꾸준히 거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경쟁사인 네이버웹툰과 정반대되는 행보다. 네이버웹툰은 조회수를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작가 요청시 조회수를 모두 공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업계는 비즈니스 모델이 엇비슷한 양 플랫폼에서 창작자 정보 공개 정책에서 차이가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플랫폼과 작가 사이에 누적된 불신을 해소하고, 작가의 합리적 연재 전략을 돕기 위해서는 회차별 조회수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카카오페이지 화면 갈무리
카카오페이지 화면 갈무리
26일 IT조선 취재 결과 카카오엔터는 자사와 직계약한 웹소설 작가의 회차별 조회수 공개 요청을 거부했다. 이는 경쟁사인 네이버웹툰·시리즈가 작가 요청시 회차별 조회수를 공개해 온 것과는 정반대되는 행보다. 네이버웹툰 측은 특히 작가가 요청할 경우 회차별로 성별, 연령별 독자의 비율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추세 정보도 제공한다.

회차별 조회수는 작가에게 중요한 정보다. 명확한 조회수 정보를 알아야 작가로서 작품 연재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합리적 전략을 세울 수 있고, 개별 작품이 플랫폼 유입에 미친 영향 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조회수는 정산 기준이 아니지만 작가가 요청할 경우 조회수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엔터, 정산과 무관…"공개의무 없다"

카카오엔터 측은 작가에게 회차별 조회수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정책상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카카오엔터는 조회수가 계약상 정산과 무관한 정보이기 때문에 공개 의무가 없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특정 작품이 ‘기다리면 무료' 작품으로 공개돼, 무료로 풀린 회차에서 10만회 조회수가 나오더라도 이는 정산 기준에 포함되지 않아 공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의 정산은 조회수와 무관한 기준으로 지급된다"며 "작가에게는 이용권 유료 ‘결제’ 대금을 기준으로 정산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조회수 제공 요청에 대해 조정위원회에서 불성립됐다"며 "이는 해당 조회수가 창작자 수익과 무관하고 기업에서 조회수 제공 의무가 없음에 대한 조정위원들의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5월 열린 공개를 요청한 작가와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조정 과정에서도 카카오엔터는 조회수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당시 카카오엔터 측은 "작가 요청에 조회수 정보를 공개한 적이 없고 이를 공개할 의무도 없다"고 일축했다. 또 각 회차별 조회수 정보를 수집하지 않고 있어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회차별 조회수 공개 ‘작가 전략’에 유의미…‘불신 해소’에도 필요

반면 업계는 카카오엔터의 이같은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회차별 조회수 공개 정보가 작가에게 충분히 공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회수 공개는 작가가 연재 전략을 짤 때 도움될 뿐 아니라 무료에서 유료 결제로 전환하는 시점을 파악해 이에 대응할 때도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유경 법률사무소 아티스 변호사는 "정보를 제공받는 네이버웹툰 연재 작가는 조회수를 바탕으로 자신의 작품 연재 전략을 고민할 수 있다"며 "어느 시점에서 (독자들이) 무료만 보는지, 언제 유료결제를 선택하는지를 알 수 있는 유의미한 지표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수의 작가들은 작품의 재미와 독자 호응도 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회차별 조회수가 매우 중요한 정보라고 입을 모은다. 또 플랫폼이 뭔가를 숨길 수도 있다는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공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웹툰 작가는 "작품의 회차별 조회수를 명확히 알아야만 ‘기다리면 무료’ 연재 방식을 선택하는 게 이익일지 아닐지 등을 판단할 수 있다"며 "조회수는 작품의 플랫폼 트래픽 기여도를 파악할 수 있는 측면이 있는 만큼 정보가 공유돼야만 공정한 분배를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등에서 플랫폼 수수료 문제 등을 지적했던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웹툰 산업의 성숙한 발전을 위해 정보 공개가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웹툰 인기도와 가치판단 근간이 되는 회차별 조회수 등 기본적인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되어야만 웹툰 산업 참여자간 신뢰도가 상승하고 K웹툰 산업이 성숙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연재 중인 작가가 원고 집필 참고를 위해 자료를 요청할 경우 회차별 조회수 ‘추이'를 파악할 수 있는 누적 그래프를 별도 제공한 사례가 있다"며 "정산 사이트도 투명성 강화에 초점이 맞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창작자 수익 확대와 정산 투명성 강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다양한 의견을 고루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