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만 손에 쥐고 있으면 뭐든 가능한 세상이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간편하게 앱 주문으로 유명 맛집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외출 중이더라도 집에 있는 로봇 청소기를 작동시켜 청소할 수도 있다. 디지털화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당연하게 누릴 수 있게 된 생활 편의다.

대전광역시에는 LG유플러스가 운영하는 연구개발(R&D) 센터가 있다. 현장을 직접 돌아보니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편리한 모바일 서비스 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한시도 장애가 발생하지 않는 네트워크를 구현하려는 통신사 관계자의 노고는 대단했다. 머리카락처럼 가는 굵기의 선을 사람 손으로 일일이 수십 개, 수백 개씩 한 땀 한 땀 연결해 광케이블을 완성하는 모습은 특히 인상 깊었다.

LG유플러스 대전 R&D 센터 전경 / 김평화 기자
LG유플러스 대전 R&D 센터 전경 / 김평화 기자
기계화 어려운 광케이블 작업…네트워크 복구 수 시간 걸린 이유 있었네

IT조선은 26일 대전 유성구에 있는 LG유플러스 R&D 센터를 찾았다. LG유플러스는 이날 언론을 상대로 대전 R&D 센터에 있는 품질 안전 종합 훈련 센터를 공개했다.

해당 센터는 LG유플러스 현장직 임직원의 안전 작업을 위해 이론과 실무 교육을 진행하는 곳이었다. 장애 없는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각종 시험을 진행하는 곳이기도 했다. 세부 시설로는 네트워크 안전 체험관과 광코어 체험관, 홈 사물인터넷(IoT) 인증 센터, 네트워크 연동 시험실 등이 있었다.

이날 품질 안전 종합 훈련 센터를 둘러보며 일반 소비자는 접할 수 없는 통신사의 각종 작업 환경을 둘러볼 수 있었다. 특히 광코어 체험관에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광코어 체험관은 현장직 직원이 끊어진 광케이블을 신속하게 복구할 수 있도록 교육을 제공하고 있었다. 각종 굴착 공사 등으로 땅속에 있는 광케이블이 끊겨 주변 지역에 통신 장애가 발생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 만큼 중요성이 큰 교육에 속했다.

광케이블 코어를 연결해주는 기계. 코어와 코어를 연결하려면 바늘에 실을 꿰듯 기계에 코어를 연결해야 해 작업이 쉽지 않았다. 사진 왼쪽에 길게 있는 하늘색, 금색 선이 광케이블을 구성하는 코어다. / 김평화 기자
광케이블 코어를 연결해주는 기계. 코어와 코어를 연결하려면 바늘에 실을 꿰듯 기계에 코어를 연결해야 해 작업이 쉽지 않았다. 사진 왼쪽에 길게 있는 하늘색, 금색 선이 광케이블을 구성하는 코어다. / 김평화 기자
광코어 체험관에서 본 광케이블은 종류가 여러 개였다. 한 개 광케이블에는 코어라 불리는 머리카락보다 좀 더 굵은 선들이 여럿 있었는데, 종류마다 적게는 8개부터 많게는 288개 코어가 있었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코어 연장이나 복구 등의 작업은 자동화나 기계화가 불가해 직원 손을 거쳐야만 했다. 코어를 하나씩 작업해야 하는 만큼 코어가 많을수록 광케이블 복구에 상당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체험관에선 코어와 코어를 잇는 작업을 구경할 수 있었다. 코어마다 구분하기 쉽도록 색이 달랐지만 워낙 얇은 선이다 보니 작업할 코어를 찾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작업할 코어를 찾은 후에는 코어 연장 기계에 코어를 넣어야 했는데, 바늘에 실을 꿰는 것과 유사한 작업이라 집중해야 했다. LG유플러스가 36개 코어로 이뤄진 광케이블 작업 시간이 직원 숙련도에 따라 수십 분에서 수 시간 걸린다고 설명한 이유다.

검은색 광케이블에 세로로 흰색 얇은 띠가 있던 점도 눈에 띄었다. LG유플러스는 해당 띠가 통신 사업자 별로 다른 색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가 흰색이라면 SK텔레콤은 빨간색, SK브로드밴드는 녹색, KT는 하늘색이었다. 광케이블 작업에서 통신사별로 케이블을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야간에 진행되는 광케이블 작업에 대비하고자 어두운 환경에서 광케이블 연결 교육이 이뤄지는 모습 / 김평화 기자
야간에 진행되는 광케이블 작업에 대비하고자 어두운 환경에서 광케이블 연결 교육이 이뤄지는 모습 / 김평화 기자
당연한 듯 누린 통신 서비스 이면에는 수미터 공중 작업이 있었다

건물 지하 1층에 있는 네트워크 안전 체험관에는 15종의 체험 시설과 심폐소생술 실습장이 있었다. 현장에서 진행되는 각종 작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이 진행되는 곳이었다. 그중 안전대 추락 체험과 통신주 전도 체험은 몰입도를 높이고자 가상현실(VR)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안전대 추락 체험을 직접 해봤다. 해당 체험은 VR 기기를 머리에 쓰고 끈에 매달려 1미터(m)가량 공중에서 떨어지는 식으로 진행됐다. VR 기기를 쓰니 붉은 벽돌의 건물로 둘러싸인 3차원 가상 작업 공간이 펼쳐졌다. 수 미터 되는 통신주에서 작업을 하려면 사다리차와 유사한 기능의 버킷(작업대) 차량에 올라타야 했는데, 해당 차량에 탑승해 공중에 있다가 떨어지는 식이었다.

VR 기기를 쓰고 떨어져 보니 찰나의 체험임에도 가슴이 쿵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무서웠다. 해당 체험을 한 직원이라면 실제 작업 환경에서 안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하게 누렸던 통신 서비스가 이처럼 쉽지 않은 현장 작업에서 이뤄지는구나 하는 깨달음도 있었다.

네트워크 안전 체험관에선 여러 소재의 지붕을 직접 걸어보는 지붕 미끄러짐 체험도 할 수 있었다. 기지국 설치 등의 작업을 진행하다 보면 지붕에 올라가기도 하다 보니 조성된 체험장이었다. 지붕은 벽돌과 슬레이트 소재 등으로 이뤄져 있었는데, 각도 조절로 경사를 높게 할 수도 있었다. 경사가 높을수록 한 발 내딛는 일조차 쉽지 않아 보였다. 실제 작업 환경에선 어려움이 더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들이 VR 기반의 안전대 추락 체험을 하고 있다. / LG유플러스
기자들이 VR 기반의 안전대 추락 체험을 하고 있다. / LG유플러스
LGU+ "센터 역량 높여 통신 장애 막고 ESG 실천"

센터에는 와이파이 테스트 룸과 성능 측정 시험실, 무선 성능 시험실, 네트워크 연동 시험실 등 각종 시험 시설도 살펴볼 수 있었다. 각기 시설마다 세부 시험 과제가 달랐지만, 모두 목적은 같았다. 장애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중 네트워크 연동 시험실은 다양한 장비를 구성해두고 IPTV 서비스에 문제가 없는지 품질을 살피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각종 장비가 도서관 책장처럼 길게 배치된 점이 인상 깊었는데, 다양한 서비스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살피기 위해서라는 설명을 들었다.

무선 성능 시험실은 스마트폰이 출시될 때마다 무선 성능을 측정하고 국내 전파법에 위배되는 사항이 없는지를 살피고 있었다. LG유플러스는 모든 스마트폰과 IoT 단말기 등을 출시할 때마다 해당 시험실을 거쳐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무심코 접하게 되는 각종 단말기가 사실은 여러 단계의 시험을 거쳐 시장에 나오게 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LG유플러스는 센터에서 2000명 내외의 현장직 직원을 대상으로 연 1회 이상의 교육을 진행 중이다. LG유플러스 현장직 직원은 1박 2일 동안 센터에 머물며 필요한 각종 교육을 받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환경·책임·투명경영(ESG)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안전 경영을 위해 이같은 교육을 사내외로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통신 장애가 사회 재난으로 이어지는 디지털 시대인 점도 이같은 전략을 확산해야 하는 이유다.

양무열 LG유플러스 네트워크인사지원담당은 "품질에 대한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point, 불만점)를 없애면서 무사고, 무장애, 무결점 사업장을 만들고자 한다"며 "ESG를 실천하고자 전사적인 역량을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연동 시험실 모습. 다양한 장비 환경에서 IPTV 서비스 품질을 측정하는 곳이다. / 김평화 기자
네트워크 연동 시험실 모습. 다양한 장비 환경에서 IPTV 서비스 품질을 측정하는 곳이다. / 김평화 기자
LG유플러스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 굴착 공사 과정에서 광케이블이 단선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밝혔다.

양 담당은 "일부 지자체에서 공사 정보나 전지 작업 정보를 올려놓으면 LG유플러스가 로봇(RPA)으로 (해당 정보를) 모으고 미리 공사 현장에 나가서 공무원이나 작업자에게 (광케이블 정보를) 안내하면 대부분 예방이 됐다. 이런 게 의무화돼 있지 않아 (광케이블을) 끊어먹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이걸 제도화하려 준비하는 만큼 잘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