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슈퍼컴 상위 500대 정보를 정리한 톱500 최신판이 5월 30일(유럽시각) 발표됐다. 이번 순위에서 눈여겨 볼 점은 미국 오크리지(Oak Ridge) 국립연구소의 ‘프론티어(Frontier)’ 시스템이 실측성능 1.1엑사플롭스(ExaFLOPS: 1초에 100경번의 연산을 수행)로 새로운 왕좌에 등극했다는 점이다. 지난 2년간 1위를 지켰던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후가쿠(Fugaku)’ 시스템을 2배 이상의 성능차이로 압도했다.

프론티어 슈퍼컴은 이론성능 1.7엑사플롭스, 실측성능 1.1 엑사플롭스로 톱500 최초의 엑사프롭스급 컴퓨터다. 시스템은 21MW의 전력을 소모하며 가격은 6억달러(약 7500억원)로 알려졌다.

휴렛 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의 크래이(Cray) EX ‘샤스타(Shasta)’ 제품이다. 각 계산노드는 1개의 CPU와 4개의 GPU가 인피니티 패브릭(Infinity Fabric)으로 연결됐다. CPU는 AMD 64코어 ‘밀라노(Milan)다. GPU는 AMD ‘MI-250X’가 사용됐다. 전체 시스템은 13만여개 노드로 이뤄졌고 슬링샷(slingshot)-11 내부연결망으로 상호 연결됐다.

 프론티어 슈퍼컴퓨터: 실측성능 1.1 엑사플롭스로 새로이 톱500의 왕좌에 등극했다. / Top500.org
프론티어 슈퍼컴퓨터: 실측성능 1.1 엑사플롭스로 새로이 톱500의 왕좌에 등극했다. / Top500.org
그럼 미국은 세계 최고의 슈퍼컴을 구축한 것일까? 사실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2개의 엑사플롭스급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첫번째 시스템은 세계 6위인 타이후라이트(TaihuLight) 후속작인 오션라이트(OceanLight)다. 현재 칭다오 슈퍼컴센터에 구축돼 운용된다. 실측성능 1.05엑사플롭스로 세계 최초의 엑사프롭스급 컴퓨터다. 이 시스템은 알파(Alpha) 아키텍처 기반의 센웨이(Shenwei) CPU를 채용했다. 타이후라이트에 사용된 SW26010을 개량한 SW26010Pro가 사용됐으며 390개 코어로부터 14테라플롭스 성능을 발휘한다. 오션라이트에는 총 9만8304개의 CPU가 탑재됐다.

두번째 시스템은 세계 9위 텐허2A(Tianhe-2A) 슈퍼컴 후속작인 텐허3(Tianhe-3)다. 텐진 슈퍼컴센터에 구축돼 있다. 실측성능은 1.3엑사플롭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용된 CPU는 ARM 기반 피티움(Phytium)의 페이텡(FeiTang)이다. 가속기는 DSP(Digital Signal Processor)구조로 텐허2A에 사용된 매트릭스(Matrix) 2000을 개량한 매트릭스 2000+로 알려져 있다.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면 미국이 아닌 중국이 세계 최초로 엑사플롭스급 슈퍼컴퓨터를 구축한 것이다. 또한 현재 세계 최고의 슈퍼컴을 운영하는 셈이다.

중국은 이 시스템을 톱500에 등재하지도 않았다. 관영매체 등을 통한 홍보도 하지 않았다. 그 정확한 이유는 알수 없지만 커다란 이슈로 이어지면서 생길수 있는 미국의 제제를 피하려는 의도라고 추측된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이번 톱500에서 두드러졌다. 중국이 173개 시스템을 보유해 미국의 127대를 앞서고 있다. 총성능에서는 미국이 2.1 엑사플롭스로 중국의 0.53 엑사플롭스를 앞서고 있다. 두 나라가 보유한 시스템은 톱500 전체의 3분의 2에 달한다. 첨단기술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두 나라의 치열한 경쟁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흥미로운 경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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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소장은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물리학 박사를 했고 독일 국립슈퍼컴센터 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센터 센터장, 사단법인 한국계산과학공학회 부회장, 저널오브컴퓨테이셔널싸이언스(Journal of Computational Science) 편집위원, KISTI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 소장을 거쳐 현재는 사우디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학교(KAUST) 슈퍼컴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