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는 밀리미터파(㎜Wave, 보통 24㎓ 이상 대역의 주파수를 일컫는 용어)를 지원하는 5G 스마트폰을 쉽게 만나볼 수 있지만 한국에는 6㎓ 이하 대역을 지원하는 스마트폰만 팔린다. 밀리미터파 지원을 위한 기술적 한계와 기지국 태부족, 고객 수요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출시가 지연된다. 하지만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 확산을 위해 선제적으로 밀리미터파 지원 단말기가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밀리미터파는 5G 고주파 대역으로 28기가헤르츠(㎓) 대역을 포함한다. 소비자용으로 사용하는 3.5㎓ 5G 대역보다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이라는 5G 특성에 부합하다 보니 5G 상용화 초기 리얼(real) 5G로도 불렸다. 이론상 롱텀에볼루션(LTE)의 다운로드 속도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지원한다.

갤럭시S22 시리즈 / 삼성전자
갤럭시S22 시리즈 / 삼성전자
5월 31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일부 소비자들은 5G 서비스 확산을 위해 밀리미터파 지원 스마트폰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일반 국민(B2C)이 초고속의 밀리미터파를 제대로 체감하려면 이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 이통3사는 중저대역(서브-6)인 3.5㎓ 대역의 주파수를 5G 주력망으로 쓴다. 28㎓ 대역의 5G는 이음5G와 같은 기업(B2B)용 주파수로 활용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선보인 갤럭시S22 시리즈를 미국과 일본에 출시했는데, 이들 모델은 밀리미터파를 지원한다. 애플이 2021년부터 미국에서 판매 중인 아이폰13 시리즈 역시 밀리미터파를 지원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서브6 모델을 주력으로 판다.

모바일 업계는 국내에서 일반 소비자가 밀리미터파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은 만큼 해당 기능을 포함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여러 네트워크 장비가 B2C에서 밀리미터파를 지원하지 않는 만큼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기기를 내놓을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통신 업계 역시 같은 설명을 더했다. 28㎓ 대역을 지원하려면 전파 특성에 따른 기술적 한계를 극복해야 하지만,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밀리미터파는 이동 경로에 A4 용지만 있어도 끊어지는 특성이 있는데, 이를 고려할 때 B2C 용으로 상용화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밀리미터파를 B2C에서 상용화한 해외 이동통신사도 최근 중저대역으로 서비스 방향을 바꾸는 등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 한국에서 밀리미터파 단말기를 출시하기는 힘든 일이다"고 말했다.

반면 B2C에서 밀리미터파를 활성화하려면 수요를 기다리기보단 선제적으로 밀리미터파 지원 모델을 내놔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밀리미터파 지원 모델이 시중에 나와야 B2C에서 밀리미터파를 활용하는 다양한 사례를 만들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권경인 에릭슨엘지 전무는 5월 30일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B2C에서 밀리미터파를 활용하려면 스마트폰에 해당 기능이 들어가야 한다. 스타디움과 같이 수만명이 한꺼번에 운집하는 곳에서 원활한 비디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3.5㎓ 대역만으로 부족할 수 있다"며 "초밀집 지역 중심의 밀리미터파 활용 가능성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퀄컴에 따르면, 밀리미터파 지원 스마트폰 비중은 2021년부터 연평균 60%의 증가세를 보인다. 2023년 판매될 전체 5G 스마트폰 중 20%는 밀리미터파 지원 스마트폰이 될 전망이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