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주간 재판에 불출석한다. 7일부터 18일까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으로 출장 일정이 잡혀서다.

2일 삼성 측 변호인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합병 혐의 공판에서 출장으로 인한 재판 불출석 의견서를 냈다. 재판부는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이다"라며 10일과 16일 재판 불출석을 인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10월 13일(현지시각)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EUV 장비를 살펴보는 모습 /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10월 13일(현지시각)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EUV 장비를 살펴보는 모습 / 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출장에서 반도체 장비업체 ASML과 회동할 것으로 파악된다. 반도체 첨단 공정에 필수적인 EUV 노광기 공급 협상을 위한 행보다.

EUV 공정은 선폭이 나노(㎚·1㎚=10억분의 1m) 수준인 초미세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이다. 기존 불화아르곤(ArF) 빛보다 파장이 14분의 1가량 짧아 반도체 공정 중 가장 앞서 있다.

인텔은 2024년 네덜란드 ASML로부터 신형 EUV 노광기 5대 전량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파운드리 1·2위 TSMC와 삼성전자는 2025년에야 5대 물량을 나눠가질 것으로 파악된다.

ASML이 인텔에 공급하는 장비는 하이NA(High-NA) EUV 노광기인 ‘트윈스캔 EXE:5200’이다. 대당 5000억원이 넘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EUV 최신 장비를 쓸어담는 공격적 행보로 파운드리 2위를 위협할 것으로 보이자,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글로벌 행보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화성, 평택 등에 총 10대의 EUV 장비를 추가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2020년 10월 13일(현지시각)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버닝크(Peter Wennink) CEO, 마틴 반 덴 브링크(Martin van den Brink) CTO 등을 만나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