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스펙과 감성 돋는 디자인을 가진 게이밍 노트북은 가격도 화려하기 일쑤다. 냉정하게 봤을 때 우리가 게임의 성과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실전에 충실한 노트북을 선택하는 것이 아무래도 현명할 것이다. 그런 게이밍 노트북을 이제부터 ‘실전 압축근육 노트북’이라 부르고자 한다.
실전 압축근육 노트북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첫 주인공은 ‘레노버 리전 5i 프로(Lenovo LEGION 5i Pro)’다.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그레이 색상 특유의 차분함을 준다. 보통 그레이 색상을 채택하면 무난함은 필수로 가져갈 수 있지만 자칫 ‘저렴이 보급형 노트북’의 느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은 독특한 스톰 그레이 색상을 적용함과 동시에 상판을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혼합 소재를 적용해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준다.
또한 지문이 거의 묻지 않는 무광 표면을 적용한 부분도 칭찬할 만 하다.
하판 부분은 바닥으로 이어지는 부분을 부드러운 경사로 처리해 날렵함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후면 배치는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다. 일반적인 노트북의 경우 좌우 측면에 전원 포트, USB, HDMI가 연결돼 있는데, 이는 깔끔하지 않을 뿐더러 손에 걸릴 확률이 높다. 반면 후면에 여러 포트가 배치돼 있는 경우라면 이런 단점을 완벽히 보완한다. 하지만 전원 단자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USB의 경우 꼽고 빼는 일이 반복적인데 좌측보다 후면은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다.
AAA급 게임에 충분한 스펙
레노버 리전 5i 프로는 최대 12세대 인텔® 코어™ i9-12900H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70Ti 그래픽카드를 탑재한 노트북이다. 메모리는 최대 32GB DDR5이며, 저장장치는 최대 1TB PCIe 젠4 SSD이다.
특히 인텔 12세대 CPU는 성능 중심의 P코어와 효율성 중심의 E코어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구조를 처음으로 채택해 고사양 게임도 매끄러운 플레이가 가능하다. CPU 성능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레노버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빛 반사 없이 선명하게
레노버 리전 5i 프로의 16인치(40.6cm) 디스플레이는 게이밍에 최적화 된 16대10 비율로, WQXGA(2560 × 1600) 해상도를 지원한다. 주사율은 최대 165Hz, 밝기는 500니트(nit)이며 100% sRGB 색 재현율로 부드럽고 선명한 게임 그래픽을 재생한다. 그래픽카드 RTX 3080Ti가 적용된 ‘레노버 리전 7i’의 경우 주사율은 240Hz으로 훌쩍 뛴다.
미국 비디오 전자공학 표준위원회의 베사(VESA) 디스플레이 HDR(High Dynamic Range) 400 인증을 받았다. 이는 최소 400니트 이상의 밝기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돌비 비전(Dolby Vision) 인증으로 최대 12비트 색심도를 지원한다.
노트북의 한계는 외부에서 사용하기에 디스플레이 밝기가 약하다는 점이다. 화창한 봄날, 카페 테라스에 앉아 일을 하고 싶어도 밝기 낮은 노트북을 가지고 있다면 그저 헛된 바람일 뿐이다. 리전 5i 프로의 500니트 밝기는 외부에서 사용하기에 충분한 밝기다. 사이드 배젤은 4.7mm 정도로, 화면에 충분히 집중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발열 관리는 결국 열 방출이 핵심
노트북 발열 관리는 지상 최대의 숙제일 만큼 중요하다. 특히 고성능을 발휘해야 하는 게이밍 노트북은 CPU와 그래픽카드 사용률이 높기 때문에 열 방출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성능은 물론 제품 내구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설계 측면에서는 팬 블레이드를 40% 얇게 설계해 팬 소음을 초소화 하는 ‘리전 콜드프론트 4.0 시스템’을 적용했다. 히트 파이프의 핀 면적이 넓어져 열을 고르게 분산시키는 능력도 향상됐다. 레노버에 따르면, 핀 면적을 기존보다 14% 확장했다고 한다.
명확한 반응성과 부드러움 모두 챙긴 키보드
노트북 키보드는 다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팬터그래프 방식이라는 공통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다 같아보여도 가까이에서 보면 조금씩 다른 구석은 있다. 이번 리전 5i 프로의 키보드 터치감은 통통 튀지 않으면서도 반응성이 좋다.
특히 안정감 있으면서 부드러운 타이핑 감이 느껴진다. 긴 스페이스바를 눌렀을 때도 한쪽으로 치우쳐지지 않고 전체가 안정감 있게 내려간다. 견고하게 설계됐음이 짐작되는 부분이다. 키 간격은 3.2mm 정도로, 기존 노트북 대비 30 ~ 50% 넓어진 수준이다. 때문에 타이핑 시 오타율이 적다. 특히 방향키가 아랫쪽으로 내려와 있는 형태인데, 이는 게임 환경에 맞추기 위한 설계지만 실제 사용해보면 문서 작업, 웹서핑, 디자인 작업 등 거의 모든 환경에서 두루 장점으로 작용한다.
PC 프로세서 상태 확인 및 배터리 관리, 드라이버 자동 설치 등을 할 수 있는 레노버 전용 애플리케이션이다. 각 노트북 기업마다 이러한 전용 앱이 있는데, 레노버 밴티지는 유독 가독성이 좋다. 깔끔하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프로세서의 상태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사용자가 직접 세팅할 때도 소위 ‘뭐가 뭔지 모르겠는’ 기분은 느끼지 않을 수 있다.
팬 속도를 변경할 수 있는 ‘레노버 Q 컨트롤 5.0’ 기능도 제공한다. 사용 환경에 따라 사일런트, 밸런스, 퍼포먼스 모드로 설정하며 전력 효율과 성능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레노버 리전 5i 프로의 배터리 용량은 80와트시(WHr)다. 전원 어댑터는 300W로, 게이밍 노트북인 만큼 높은 파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30분 만에 최대 80%를 충전할 수 있는 ‘슈퍼 래피드 차지’가 가능하다. 다만, 파워와 어댑터 크기는 비례 관계라는 사실을 미리 알아두었으면 한다.
외부에서 사용하거나 기본적인 업무를 하는 경우라면 USB-C타입 충전기만으로도 전원 공급이 가능하다. 이번 리전 5i 프로는 최대 135W의 USB-C 충전이 가능하다.
제품 무게는 노트북 본체의 경우 2.5kg이다. 물론 1kg인 전원 어댑터까지 포함한다면 휴대에 대한 망설임은 아예 내려놓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제 점수는요?
파이어스트라이크 벤치마크 결과는 2만475점으로, 두 테스트에서 모두 게이밍 노트북급에서는 우수한 성능을 보여줬다.
프로세스 성능을 체크할 수 있는 씨네벤치 R23 벤치마크 결과 멀티코어에서는 1만6377점이 나왔다. 싱글코어에서는 1770점을 기록했다.
이번 레노버 리전 5i 프로는 게이밍의 화려함에 치우치지 않고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 심혈을 기울였음이 역력히 드러난다.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는 제쳐두고라도 디스플레이, 열 송출구, 키보드, 레노버 밴티지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사용자 중심의 설계를 엿볼 수 있다.
특히 게이밍 노트북인 만큼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부분에서 발열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게이밍 노트북 사용자들에게 ‘레노버’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하게 새겨준 결정적 요소였다고 본다.
레노버는 7세대 리전 제품 구매 고객에게는 마이크로소프트 Xbox PC 게임 패스 3개월권을 증정한다. 또한 7세대 리전 전 제품에 24시간 전문 엔지니어 지원 프리미엄 케어 서비스 및 ADP 서비스를 1년 간 제공한다. 레노버 리전 5i 프로 가격은 18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