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전반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개정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정부의 초대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 수장인 이정식 장관이 ‘산업재해(이하 산재) 사망사고 감소’를 중대재해법 개정의 전제조건으로 꼽았다. 이에 철강 등 산업계의 안전경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장관은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KG스틸 등 주요 철강업계 대표들과 '철강산업 안전보건리더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중대재해법과 관련한 안전보건 확보의무 등을 성실히 이행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산업계의 중대재해법 개정 요구와 관련해서는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자율적인 사고예방 체계를 현장에 정착시켜야 한다"며 "중대재해법을 개정하려면 사망사고가 가시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이 우선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게차 자동정지 기술 / 포스코
지게차 자동정지 기술 / 포스코
고용부에 따르면 5월27일 기준 산재 사망사고는 254건으로 지난해 276건과 비교해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제조업의 산재 사망사고는 78건으로 전년 73건보다 늘었났다. 특히 철강업계에서 올해만 5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장관이 중대재해법 개정에 대한 요구조건으로 산재 사망사고 감소를 언급한 만큼 주요 기업들의 안전행보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장관을 직접 만나 안전관련 투자 등의 당부를 들은 철강업계도 안전경영에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업계는 안전경영을 위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김학동 부회장 산하에 안전환경본부를 두고 안전 및 보건을 강화하고 있다. 또 ▲스마트 안전기술 적용 확대 ▲교육 활성화 통한 지식근로자 육성 ▲현장 불안전 발굴 및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는 최근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과 함께 지게차 자동정지 기술을 개발하는 등 산재 사망사고 예방에 힘쓰고 있다. 또 최근에 처음 열린 미래기술전략회의에서 제조·장치사업에 특화된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도 비중이 있게 다뤄지기도 했다.

현대제철도 안동일 사장 직속 안전보건부서를 신설하며 안전경영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또 현대제철은 올해 450억원을 투입해 협력업체들의 안전관리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세부적으로 현대제철 사내 협력업체의 안전관리자 추가 충원 비용 및 발주하는 공사 관련 협력업체에도 법으로 정한 안전관리비 요율 대비 50% 비용을 추가로 지급한다. 이외에 또 작업자들을 위한 웨어러블 카메라, 휴대용 감지 경보장치 등을 도입하는가 하면 지게차 사고 예방을 위해 지난해부터 후방감지기와 어라운드뷰 센서 설치 비용도 지원하고 있다.

포항제철소 전경 /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 포스코
동국제강은 최고경영자 직속 동반협력실을 신설하고 산하에 조직 전사 안전총괄조직인 안전환경기획팀을 구성했다. 또 지난해 안전 투자 규모를 전년대비 30% 늘렸으며 각 사업장 별로 안전환경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사가 산재 사망사고 예방을 위해 어떻게 하고 있다고 직접 언급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각 업체별로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막대한 투자를 통한 협업, 연구・개발을 통해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며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철강업계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법 내용이 애매하고 처발 위주의 법이기 때문에 불만이 있지만 지금 개정을 요구하기는 다소 민망한 상황이다"며 "최선을 다하고 결과로서 입증이 돼 사회적인 분위기가 어느정도 바뀐다면 개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