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면역치료제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가 코로나19 입원 환자의 사망률을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이미 해당 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를 생산 중인 국내 기업도 영향을 받을 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이미 안전성을 확보한 약물이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재확산할 경우 자가면역치료제가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고려될지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른다.

 코로나19 바이러스. / 픽사베이
코로나19 바이러스. / 픽사베이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코로나19로 입원한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시험(ACTIV-1)을 진행한 결과, 류머티즘 등 자가면역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레미케이드’와 ‘오렌시아(성분명 아바타셉트)’가 환자의 임상과 사망률을 크게 개선했다는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NIH는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1971명을 3개 집단으로 구분해 레미케이드와 오렌시아 그리고 위약을 각각 투약했다. 모든 환자는 표준치료로 길리어드사이언스가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베클루리주(성분명 렘데시비르)’ 및 스테로이드제인 ‘덱사메타손’ 등 표준치료제 외에 면역조절제 또는 위약을 배정받았다.

분석 결과 레미케이드 투약 환자군은 위약에 비해 퇴원 날짜를 크게 앞당기지 못했으나, 눈에 띄는 환자 상태 개선 효과를 보였다. 투약 28일째 사망률과 임상 상태 등 2차 평가변수 에서 실질적인 개선이 관찰된 것이다.

레미케이드 투약 환자 518명 중 사망률은 10%를 기록했지만, 위약군 519명의 사망률은 14.5%로 나타나 레미케이드가 위약에 비해 입원 코로나19 환자 사망률을 40.5% 가량 낮췄다. 사망률 개선은 중등도 환자와 중증 환자 모두에서 유사하게 나타났다. 레미케이드 투약군은 위약군에 비해 사망률뿐 아니라 임상 개선 가능성도 43.8% 더 높았다.

오렌시아 투약 환자 509명의 사망률은 11%로 위약군 513명의 사망률 15%에 비해 37.4% 낮은 위약대비 사망률을 기록했다. 아바타셉트 투약군은 위약군에 비해 임상 개선 가능성 역시 34.2%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레미케이드는 얀센이 개발한 의약품으로 ‘인플릭시맙’을 주성분으로 하고 있다. 레미케이드는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하는 블록버스터(매출 1조원) 자가면역치료제로 류머티즘과 크론병 등 질환에서 적응증을 갖고 있다. 오랜시아 역시 류머티즘 치료제로 활발히 사용 중인 의약품이다.

이들과 같은 면역질환 치료제가 코로나에 효과적인 이유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면역물질의 일종인 사이토카인을 과도하게 방출시키는데, 이 과정을 억제시키기 때문이다. 염증반응이 심해지는 증상인 ‘사이토카인 폭풍’은 급성호흡곤란, 다발성장기부전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여러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NIH 측은 코로나19 환자에서 나타나는 과민성 면역반응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약물이 있다면, 환자의 회복 속도를 높이고 중등도 또는 중증 환자들의 사망을 줄일 수 있다고 이번 임상시험 목적을 설명했다.

레미케이드의 경우 국내 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를 시판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2012년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선보인 바 있다.

시장조사기관 심포니헬스 데이터에 따르면, 4월 램시마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29.4%로, 올해 들어서만 점유율이 6.8% 상승했다.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변경한 램시마SC 또한 최근 1년간 유럽에서 분기별 평균 4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5년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인 ‘레마로체’를 출시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레마로체는 국내 시장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현재 유한양행이 유통을 맡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업이 자가면역치료제를 생산하고 있는 만큼 국내 중증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급부상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실제로 국내에서 면역질환 치료제인 ‘악템라(성분명 토실리주맙)’가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바 있다.

다만 업계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와 MSD(머크)의 라게브리오 등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자가면역치료제가 기업 매출을 증진시킬 만큼 큰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다 보고있다.

의학계 관계자는 "자가면역치료제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분명 자가면역치료제가 중증 코로나19 치료제로 본격적으로 사용되면 이들이 생산 중인 의약품 역시 치료옵션으로 논의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다만 코로나 치명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고, 중증 진행률 또한 극히 일부인 상황에서, 자가면역치료제가 코로나19 치료에 사용된다고 해도 기업 매출에 가해지는 파급력은 극히 미미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