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사 들어간 구글 인앱결제, 네이버 등 대기업은 가격인상으로 화답

이은주 기자
입력 2022.06.08 06:00 수정 2022.06.08 14:30
구글 안드로이드 앱에서 결제하는 콘텐츠 가격이 줄줄이 인상된 가운데 국내 대표 콘텐츠 기업들이 오히려 구글 정책 변화를 되레 소비자가격 인상 기회로 삼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콘텐츠업계와 소비자단체가 구글을 상대로 소송·고발에 나서고, 방통위와 공정위가 구글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정작 콘텐츠 대기업들은 가격 인상으로 구글의 손을 들어준 모양새다. 특히 네이버웹툰은 구글 정책과 무관한 원스토어까지 가격 인상을 결정해 소비자 불만이 많다.


네이버웹툰의 쿠키 가격 인상 공지(왼쪽)와 인면 인상된 쿠키 가격 내용. / 네이버웹툰 화면 갈무리
"기회는 이때?" 구글 인앱결제 핑계로 원스토어 가격 인상한 네이버웹툰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웹툰과 웹소설 등의 콘텐츠 가격이 일제히 인상됐다. 대부분 기존 가격과 비교해 약 20%의 인상률을 보인다. 네이버웹툰은 안드로이드 상에서 쿠키 1개 가격을 100원에서 120원으로 인상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리디도 안드로이드 앱에서 '캐시'를 충전할 경우 1000캐시당 가격을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올렸다.

앞서 주요 OTT(동영상 스트리밍) 기업도 안드로이드 앱 내 이용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SK텔레콤과 공중파3사가 설립한 웨이브는 4월 1일부터 베이직 7900원에서 9000원, 스탠다드 1만900원에서 1만2500원, 프리미엄 1만39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올렸다. CJ그룹의 티빙도 3월 31일부터 월간 이용권 가격을 베이직 7900원에서 9000원, 스탠다드 1만900원에서 1만2500원, 프리미엄 1만39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인상했다.

이들 플랫폼 기업은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 변경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또 웹이나 컴퓨터로 결제할 경우는 가격이 그대로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소비자는 그 과정에서 구독을 해지하고 다시 구독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대부분의 콘텐츠 이용자는 가격이 앱과 웹이 다르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해 항상 더 많은 돈을 주고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여기에 네이버웹툰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뿐 아니라 원스토어 등 안드로이드 환경 모두에 적용하는 조치를 진행해 단순히 구글의 정책 변경으로 인한 가격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원스토어는 구글 정책 변경과 무관함에도, 일제히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이는 원스토어에 입점된 웨이브가 원스토어를 통해 이용권을 결제하면 인상되지 않은 가격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한 이용자는 "웹툰 등 콘텐츠를 많이 결제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지 않다"며 "구글 정책도 납득되지 않지만, 구글 정책이 적용되지 않는 원스토어까지 가격을 인상한 네이버웹툰은 소비자 선택권을 지나치게 좁혔다"고 지적했다.

이에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구글의 수수료 인상뿐 아니라 콘텐츠 환경 영향 변화나 소비자 혼란을 막기 위한 방향 등을 고려한 정책 변화다"라고 설명했다.

출협·소비자단체 등 구글 인앱결제 방어 총력

이는 중소 콘텐츠 업계가 구글의 인앱결제강제 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선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구글 정책이 변화하지 않으면, 관련 콘텐츠 제작사(CP)사와 출판사의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 올해 4월 전기통신사업법(구글갑질방지법)위반 혐의로 방송통신위원회에 구글을 신고했다. 지난달 19일에는 공정위에 구글 인앱결제 강제를 신고했다.

출협은 "디지털 출판계에서 앱 개발자를 착취하는 구글의 부당한 거래관행이 조속히 시정될 수 있도록 방통위의 철저한 조사와 처분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7월에도 출협은 한국전자출판협회, 한국웹소설협회, 한국웹소설작가협회와 함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글 본사와 구글코리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구글이 인앱결제를 의무화해 공정거래법 가운데 ‘가격남용’, ‘사업활동방해’ 등의 항목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단체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소비자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6월 3일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행위가 전기통신사업법(구글갑질방지법) 위반이라고 보고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단체는 "국내 법규를 무시하는 구글의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촉구한다"며 "앱 마켓사업자가 모바일콘텐츠 등 거래를 중개할 때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모바일콘텐츠 등 제공사업자에게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는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부처도 구글 조치가 위법하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방통위는 구글의 결제정책이 ‘구글갑질방지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방통위는 구글이 결제방식에 대한 개발사들의 실질적인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아, 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정위 또한 구글이 공정거래법 불공정행위 중 ‘거래상 지위 남용’ 등에 해당하는지를 집중 조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공정거래법 23조는 거래 거절이나 차별적 취급, 경쟁자 배제 또는 방해, 부당한 고객 유인, 거래상 지위 남용, 사업활동 방해, 부당한 지원 등 ‘불공정행위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틴더앱, 소송까지 불사하는데 … K콘텐츠 기업은 손쉽게 수긍?

업계 일각에서는 콘텐츠 제작자와 소비자와 달리 국내 플랫폼 대기업이 구글 정책 변화를 ‘소비자 가격' 인상의 당위책으로 삼고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의 정책 저지에 힘을 보태기보다 손쉬운 가격 인상 대응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해외에서는 구글과 소송을 진행하면서 구글인앱결제정책 예외를 적용받은 사례도 존재하는 만큼 국내 콘텐츠 대기업들이 중소 사업자들과 힘을 모아 구글에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례로 글로벌 데이팅앱 ‘틴더’ 모기업 매치그룹은 ‘외부결제를 막는 ’구글의 행위가 부당하다고 보고, 반독점 소송전을 제기했다. 미국 법원은 재판이 시작되는 2023년 4월 전까지 구글에 매치그룹이 운영하는 앱을 삭제하지 말라고 명령한 상태다. 이에 따라 안드로이드 틴더 버전은 2023년 4월까지 다른 앱과 달리 ‘다이렉트 신용카드’ 옵션이 허용된다. 구글은 이를 삭제할 수 없다.

한달에 10만원에서 20만원쯤을 웹툰과 웹소설 콘텐츠 소비에 쓴다는 한 이용자는 "국내 콘텐츠 기업들이 손쉽게 소비자 가격 인상이라는 대응책을 택한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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