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지낸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반도체 전문가로도 불린다. 그런 그가 디지털 인재양성과 양자암호 등 ICT 업계와 산하기관 관계자들을 만나 소통에 나섰다. 과기정통부는 ICT와 과학기술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인 만큼, 부처 수장으로서의 포괄적인 이해도가 있어야 한다. 취임 초반 SW 민간 기업과 현장 간담회를 갖고 디지털 인재 양성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은 그에 대한 선입견을 벗어 던져 달라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가운데)과 백도민 NHN클라우드 대표 / 류은주 기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가운데)과 백도민 NHN클라우드 대표 / 류은주 기자
8일 ICT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이날 NHN 사옥에서 ‘민·관 협력 디지털 인재양성 선포식 및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는데 이번 행사는 지난주 갑자기 잡혔다. 행사를 준비해야 하는 NHN 관계자들도 휴일 직전에 알게된 만큼 급하게 진행된 행사다.

‘민·관 협력 디지털 인재양성 사업’은 기업주도형 SW 인재양성 사업이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1109억원을 투입해 1만명쯤을 양성하고, 이후 2027년까지 총 9만명의 디지털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디지털 인재양성은 윤석열 대통령 국정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 인재 100만명 양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NHN에서 간담회를 연 배경을 묻자 "서울쪽에서 행사를 열면 IT 기업들의 참여가 어려워져서 판교에 있고 접근성이 좋은 NHN 사옥에서 행사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관님이) 반도체 전문가고, 교수 출신이다 보니 인재 양성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며 "‘기술적 제도와 R&D도 중요하지만 산업을 이끌어가는 것은 사람이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다"고 말했다.

현장 간담회는 NHN을 비롯해 사업 참여 기업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날리지큐브, 그리고 한국SW산업협회, 인터넷기업협회, KT융합기술원, LG AI연구원,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등 관계자 16명이 참석했다.

과기정통부의 인재양성 정책 추진방향 발표와 토론은 비공개로 진행했다. 이종호 장관은 간담회 인사말에서 민관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반도체, 사이버보안, 양자컴퓨팅, 5G, 6G 등 급속한 디지털 기술 환경 변화를 선도해나갈 우수인재 확보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며 "민관협력형 인재양성 프로젝트는 기업들이 인재공급의 주체로서 직접 교육과정을 만들고 채용과 연계하는 새로운 방식의 의미있는 인재양성 프로젝트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에서 후학 양성에 매진해오면서 한 명의 재능있는 인재가 최고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해당 분야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원동력이란 것을 몸소 느껴왔다"며 "부족한 인력 공급 확대를 위해 민·관이 함께 노력해나가는 한편, 인재 발굴부터 체계적인 육성, 후속 지원까지 재능 사다리를 만들어 우수 인재가 양성될 수 있도록 인재양성 프로그램 개선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서는 지역 인재 양성에 대한 세제혜택, 중소기업 병역특례 확대 등에 대한 건의가 있었다.

과기정통부는 오늘 현장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과 산학연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디지털 혁신인재 양성 방안’을 조만간 마련할 예정이다. 산업계가 주축이 되는 민·관 인재양성 협력체계인 ‘디지털 인재 얼라이언스’도 출범할 계획이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