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보안 업계 간 인재 확보 경쟁이 벌어진다. 핵심 인력을 경쟁사에 뺏기면 경쟁력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기업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최근 보안업계도 이런 움직임을 보인다. 안랩과 지니언스 사이에 발생한 직원의 이직을 둘러싸고 묘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안랩 사옥 /안랩
안랩 사옥 /안랩
8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니언스의 내부 인력 일부가 안랩으로 적을 옮겼다. 동종 업계간 이직은 있을 수 있지만, 여러번 사례가 반복되다 보면 자칫 인력 뺏기로 비춰질 수 있다.

과기정통부 산하 KISA 한 관계자는 "중소 보안기업에서 안랩으로 직원이 이직하며 최근 시끄러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 유출에 민감한 반도체 업계의 경우 임원은 물론 저연차인 직원의 동종업계 이직을 수년간 제한하는 계약서를 쓰기도 한다.

다양한 보안 사업을 두루 하는 안랩은 지니언스와 엔드포인트 단말 위협탐지·대응(EDR) 솔루션 관련 사업 분야가 겹친다. 지니언스는 안랩에 비해 기업 규모가 작다. 2021년 기준 안랩의 매출 규모는 2073억원, 지니언스는 319억원이다.

하지만 지니언스는 국내에서 최초로 엔드포인트 탐지 대응(EDR) 기술을 개발했고, 2021년 국내 공공 EDR 시장에서 79% 점유율을 기록한 강소 보안기업이다. EDR 시장에서 지니언스는 안랩의 강력한 경쟁자이자 선발주자인 셈이다.

전 세계적인 EDR 시장 성장을 확인한 안랩도 EDR 사업을 키워나간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는 2020년 전 세계 EDR 시장 규모가 17억6000만달러(2조2000억원)며 2026년 67억2000만달러(8조4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EDR 시장규모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바는 없으나, 업계에서는 2020년 200억원, 2021년 400억원쯤인 것으로 추정한다.

EDR이 성장 시장인 만큼, 최근 지니언스의 핵심인력이 안랩으로 넘어간 것을 두고 잡음이 나온다. 국내 보안업계가 워낙 좁은데다 EDR 관련 인력 자체가 소수인 상황에서 연이어 인력이 이동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안랩이 지나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직 종사자가 아니라 영업직 인사가 이동을 했다고 하지만, 이 역시 판매 라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 회사를 옮긴 것이어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

지니언스 관계자는 "일부 인력이 (안랩으로)이동한 것은 맞지만, 자세한 언급은 어렵다"고 말했다.

안랩 관계자는 "최근 지니언스에서 이직한 직원들은 임원급도 아니고 과·차장급 직원들이 이동한 것이며, 연봉의 인상폭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며 "기술직이 아닌 영업군이 이직한 것이기에 일반적인 이직이다"고 말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안 인재가 한정적이다보니 안랩과 지니언스뿐 아니라 일부 보안기업에서 인력 이탈 움직임이 있다"며 "다만 핵심 기술을 지닌 인력이거나 영업직이 고객사를 가져가는 형태라면 업계가 좁다보니 말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