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재유행을 대비해 하반기 ‘차세대 백신 도입’을 검토 중인 가운데 글로벌 제약사들이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할 새로운 백신을 선보이기 위한 각축전이 시작됐다. 이미 전세계에 코로나 백신을 공급해온 모더나와 화이자를 필두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올 가을 전세계 대유행을 겨냥한 차세대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세대 코로나19 백신. / 픽사베이
차세대 코로나19 백신. / 픽사베이
방역당국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코로나19 유행이 다시 시작될 가을과 겨울을 대비해 성인을 대상으로 차세대 백신을 맞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전 백신들이 오미크론 변이에 어느정도 효과가 있지만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맞춰진 1세대 백신인 만큼 차기 백신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의식한 듯 하다.

지난해 12월까지 대부분 3차 백신 접종을 완료했기 때문에 그 효과가 올해 6월을 기점으로 서서히 하락하고 있어, 정부는 가을쯤 업데이트가 예상된 차세대 백신을 4차 접종 백신으로 선점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과 영국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반기 추가 접종을 검토 중이며, 호주는 이미 4차 추가 접종에 돌입했다. 앞서 FDA(미국식품의약국)은 3월에 4차 접종 대상을 50세 이상 성인으로 기준을 낮췄다.

이에 어느 기업이 차세대 코로나 백신을 처음 공개하게 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부분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사들이 올 가을 신규 백신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우선 모더나가 오미크론 변이를 표적으로 한 신규 코로나19 백신 ‘mRNA-1273.214’에 대한 임상2·3상 시험에서 강한 면역반응을 확인했다며, 곧 미국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모더나는 최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mRNA-1273.214 50㎍(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그램)을 투약한 참가자 437명과 동일 용량의 기존 mRNA-1273(스파이크박스) 접종자 377명을 비교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mRNA-1273.214는 기존의 mRNA-1273와 오미크론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백신 후보 물질을 결합한 2가 백신이다.

앞서 모더나는 5월 초 2022년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기존 ‘스파이크백스(개발명 mRNA-1273)’에 오미크론 변이를 표적으로 한 새로운 백신 후보 mRNA-01273.214를 추가접종하는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 결과 50㎍의 mRNA-1273.214 추가접종은 기존 사용 중인 mRNA-1273와 비교 시, 접종 1개월 후 오미크론 변이 대응 높은 중화항체반응을 포함해 사전에 설정된 평가변수를 모두 달성했다. mRNA-1273.214 추가접종의 내약성은 일반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작용은 mRNA-1273 50㎍ 추가접종과 유사했다.

RNA-1273.214는 기존 모더나 백신 접종자에 비해 오미크론 중화항체를 1.75배 더 많이 생성하는 등 주요 효용평가 기준도 충족했다. mRNA-1273.214는 오미크론 변이 중화항체의 평균역가(GMT)가 기준보다 7.96배 많았으나, 스파이크백스에서는 4.44배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밖에 mRNA-1273.214는 오미크론 변이뿐 아니라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 중화항체기하역가(GMT)에서도 비열등성 기준을 달성했다.

미국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모더나는 앞으로 몇 주 안으로 FDA에 mRNA-1273.214에 대한 승인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며, 입원 또는 사망자가 없는 첫 번째 코로나19 백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모더나의 다음 목표는 중추적 효능 연구 없이 FDA로부터 백신을 승인받는 것이라고 전했다.

중추적 연구는 규제기관으로부터 허가받기 위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임상시험이다. 주로 임상3상을 통해 대규모 참가자를 대상으로 약물의 유효성을 확인하고 안전성을 확립한다. 향후 환자가 해당 약물을 투여했을 때 얻는 위험 대비 이득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는 주로 신규 계절독감(인플루엔자) 백신 평가에 적용되는 방법으로, 모더나는 자사의 차세대 백신이 임상시험이 아닌 면역 데이터만으로 심사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데이터에서 확인되는 모더나의 첫 번째 2가 추가접종 후보물질인 mRNA-1273.211의 항체 지속성을 고려해 보면, mRNA-1273.214로부터 다양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더 오래 지속되는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mRNA-1273.214는 오미크론 함유 2가 백신으로 올 가을 추가접종에 사용을 목표로 하는 모더나의 차세대 백신후보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백신을 늦은 여름부터 사용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초기 임상 데이터와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각국의 정부에 사용 허가신청을 진행 중이다"고 덧붙였다.

모더나의 발빠른 움직임에 화이자·바이오엔테크도 차세대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화이자는 기존 ‘코머니티주’ 30㎍과 새로운 오미크론용 백신 30㎍을 혼합한 백신의 ▲안전성 ▲내약성 ▲면역원성 등을 평가하고 있다. 다만 화이자 측은 연구 결과 공개 시기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미 화이자는 최근 코머니티주가 오미크론 하위변이 2종에 감염돼 중증을 겪을 가능성을 80% 넘게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차세대 백신을 천천히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해당 연구를 살펴보면 화이자·바이오엔텍의 백신을 2차까지 접종하고 1∼2개월 지난 대상자들은 오미크론의 하위변이로, 전파력이 더욱 강한 것으로 알려진 BA.4와 BA.5에 감염돼 중증 환자로 입원할 확률이 8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차 접종 후 3∼4개월이 지나면 84%, 5∼6개월이 흐르면 63%까지 중증화 예방률이 감소했다. 하지만 이른바 '부스터 샷'으로 불리는 3차 접종을 하면 3개월 뒤 85%, 4개월 후 88%까지 예방률이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남아공은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화이자·바이오엔텍 백신 4차 접종을 하기 시작했다.

노바백스는 지난달 오미크론 표적 백신 ‘NVX-CoV2515’에 대한 임상3상 계획을 발표했다. 노바백스 측은 올해 가을까지 NVX-CoV2515를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노바백스 협력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차세대 백신 개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0년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미국에 공급할 NVX-CoV2515 일부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기존 노바백스 백신이 이달 8일 FDA 자문위원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올 가을 차세대 백신을 빠르게 선보일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전세계에 백신을 공급해온 모더나와 화이자가 오미크론에 대응할 차세대 백신을 빠르게 공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4차 접종을 차세대 백신으로 맞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예정으로, 정부는 이를 반영해 새로운 백신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중인 듯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