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日국적 롯데 후계자'… 국적·병역·능력입증 '첩첩산중'

조성우 기자
입력 2022.06.11 06:00
국내 주요기업들이 오너 3세 체제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잠잠했던 롯데그룹도 승계작업의 출발선에 선 모양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일본명 시게미츠 사토시·重光聡) 씨가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존재감 표출에 나섰기 때문이다.

다만 재계에서는 신 상무가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과 함께 국적과 지분문제 등 숙제로 인해 롯데그룹의 경영승계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잡음이 발생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은둔의 후계자’ 신유열, 日 부인・제국호텔 피로연 등으로 주목

신 회장의 1남2녀 중 장남인 신 상무는 ‘은둔의 후계자'라는 별명으로 불린 바 있다. 할아버지인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장례식 참석 이외에는 공식 석상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고 줄곧 일본에서 생활했기 때문이다.

1986년에 태어난 신 상무는 일본 게이오 대학을 졸업하고 2008년 노무라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MBA(전문 경영인 양성을 위한 경영학 석사과정) 과정을 졸업했으며 2020년 일본 롯데홀딩스 부장으로 입사했다.

신유열 일본 롯데케미칼 상무 / 조선DB
롯데그룹에 입사하기 전까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던 신 상무는 결혼을 계기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신 상무는 미국 컬럼비아대 MBA 동문인 일본인 여성과 미국 하와이에서 결혼식을 올리며 할아버지인 신 명예회장, 아버지인 신 회장에 이어 3대째 일본인 여성과 결혼하는 가족사를 썼다.

결혼식 피로연도 이슈가 됐다. 신 상무는 2015년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결혼식 피로연을 진행했다. 이곳은 일본 천황 일가가 애용하는 호텔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2005년 노리노미야 사야코 공주가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최고층의 펜트하우스는 천황 일가에게만 제공되며 이곳에서 파티 등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父와 데칼코마니 승계 행보…산적한 과제 산더미

최근 신 상무가 롯데홀딩스 입사 2년 만에 임원으로 진급하며 일본 롯데케미칼에 합류한 것이 알려지자 재계에서는 아버지와 인생궤적이 흡사한 신 상무가 경영승계 과정까지 비슷하게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신 상무가 미국 컬럼비아대 MBA를 졸업한 뒤 노무라 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신 회장 역시 똑같은 길을 걸었다. 또 신 상무는 일본 롯데홀딩스에 입사한 후 일본 롯데케미칼로 자리를 옮겼는데 신 회장도 일본 롯데,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등을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

신 회장이 호남석유화학 재직 시절 나프타 분해공장 증설 등을 통해 성과를 낸것처럼 신 상무도 일본 롯데케미칼 신사업 및 인수・합병 등을 진두지휘하며 존재감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일본에 머물면서 롯데그룹 최상위 지배기업인 롯데홀딩스 등의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넓힐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롯데월드타워 / 롯데
재계에서는 신 상무가 일본 롯데케미칼에서 능력을 입증한 이후 그룹의 핵심인 유통계열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신 회장이 회장 역시 호남석유화학에서 경험을 쌓은 이후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롯데닷컴(현 롯데온) 등을 거쳤다.

신 상무가 경영일선에 등판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민감한 병역과 국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 총수가 한국 국적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재계 5위라는 입지와 ‘한국 내 일본기업'이라는 모호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는 신 상무의 병역, 국제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특히 신 회장이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벌인 ‘형제의 난' 당시 국적 문제가 논란이 된 바 있기 때문에 신 상무의 국적, 병역 문제가 해결된 이후 승계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신 상무는 현재 일본 국적을 가진 사실상 일본인이다. 현행법상 만 38세부터 병역이 면제되는데 신 상무가 해당 나이가 되는 시점이 2025년쯤이다. 이때문에 2025년 이후에나 신 상무가 대한민국 국적 취득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분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신 상무는 현재 롯데그룹과 관련한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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