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총파업이 일주일가량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육로로 물류를 운송하는 ‘육송’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회물연대는 7일부터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섰다. 안전운임제는 정해진 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화주(화물차에 물건을 맡기는 사람)나 운수 체에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 국정과제로 추진됐다. 안전운임제를 통해 화물 기사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하고 과로·과적·과속 등을 예방하겠다는 취지였다.

2018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개정됨에 따라 안전운임제가 도입됐다. 다만 화주 및 운수업체들의 반발을 고려해 안전운임제를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일몰제로 운영했다. 즉 이 제도는 2023년부터 사라질 예정이었던 것이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요구함과 동시에 현재 적용 대상인 컨테이너와 시멘트 화물 이외에 철강·탱크로리·사료·곡물·자동차 부품・일반 화물 등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화주 및 산업계는 안전운임제 일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교통사고가 줄지 않았으며 기업의 부담이 커져갔다는 것이다. 한국교통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안전운임제가 시행된 2020년 교통사고 발생 건수와 부상자 수는 전년과 비교해 각각 2.3%와 8.2% 줄었지만 사망자는 오히려 19% 늘어났다.

한국무역협회 소속 화주협의회는 안전운임제 시행 전인 2017년에 비해 50㎞ 이하 단거리 컨테이너 운송 요금이 최대 42.6%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밝혔다. 특히 기업의 매출 대비 물류비 비중은 7%로 이 중 3.4%가 도로운송비임을 고려할 때 도로운송비가 10% 상승하면 기업의 이익은 0.34% 감소하고 30% 오르면 1%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안전운임제 존속 여부와 관련한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화물연대의 과도한 파업이 산업계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은 2만2000여명이며 이 중 30%가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운송에 나서려는 기사들을 방해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러 물류 차질은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경찰은 13일 화물연대 조합원 44명을 체포하고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조선업계 등 국내 산업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겨우 기지개를 켜고 있는데 화물연대의 파업이 회복세에 제동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산업의 필수제인 철강제품의 출하 차질이 발생했다. 포스코에 따르면 13일 7시부터 포항제철소 선재공장과 냉연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인해 육송 출하가 중단됐고 이로 인해 제품을 보관할 장소가 부족해 불가피하게 공장 가동을 중단하게 됐다는 것이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사의 상황도 비슷하다. 제철소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제품을 출하하지 못해 적재해두고 있으며 곧 적재량이 한계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철강제품의 출하가 막히자 자동차, 조선업계의 피해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울산 1~5공장은 10일 기준 차량 생산 대수가 1800여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생산한 자동차를 공장에서 빼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업계의 경우 후판 등 철강제품 운송 지연으로 선박 생산에 애를 먹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화물연대 노조 조합원은 개인사업자다. 이에 이들의 파업은 쟁의권 행사가 아니라 집단 운송거부로 봐야한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즉 그들의 파업에 당위성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그들의 과도한 행위가 이제 막 숨통이 트이려는 국내 산업계에 큰 피해를 끼치는 것 역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화물연대의 단체행동이 국가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만큼 정부는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국가적 손실과 민간기업 및 국민의 경제적 피해와 관련해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