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우리 실생활 깊숙이 들어온다. 2022년 자율주행 기술 확산 원년으로 완성차 시장에서도 조건부 자율주행(레벨3) 등 고도화된 솔루션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배달과 순찰 등 대중 일상과 밀접한 분야에 사용될 로봇이 속속 도입돼 활약상을 점검받을 예정이다.

국내외 로봇업계는 최근 인파가 많은 도심지역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로봇을 배치해 다양한 영역에서의 실용성을 시험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부터 한라그룹의 만도,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등 완성차부터 자동차 부품사·플랫폼 기업까지 공격적으로 실증 일정을 공개한 상태다.

강남구 일대에서 자율주행 레벨4 기반 카헤일링 서비스인 로보라이드를 운영하는 현대차. / 현대차그룹
강남구 일대에서 자율주행 레벨4 기반 카헤일링 서비스인 로보라이드를 운영하는 현대차. /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아이오닉5 기반의 ‘로보라이드’ 서비스를 서울 강남구 대로 일대서 실증한다. 로보라이드는 현대차의 ‘자율주행 레벨4’ 기술을 적용한 카헤일링 서비스다. 시범 운영사로 진모빌리티가 협력하고 현대차 그룹의 SW전문 개발사인 현대오토에버에서 개발한 정밀지도 구축기술 등이 탑재된 솔루션이 사용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로보라이드에 현대오토에버에서 개발한 자율주행관제 시스템과 정밀지도 등이 탑재됐다"며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의 정밀지도를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 로보라이드가 실증되는 구간은 과거 현대오토에버에서 정밀지도 구축을 이미 진행했던 지역이다"고 설명했다.

로보라이드는 유동인구 밀집 지역인 강남구에서 진행되기에 혼란을 피하려 오전 10시~오후 4시 동안 제한적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왕복14차로 영동대로 등 교통 혼잡이 심한 구간이 다수 경로로 포함됐기에, 시스템이 주행 대부분을 독자적으로 처리하는 자율주행 레벨4 기술의 현주소를 파악하는 것에는 모자람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만도에서 개발한 자율주행 순찰로봇 골리. / 만도
만도에서 개발한 자율주행 순찰로봇 골리. / 만도
강남구 일대에는 도로 위 로보라이드 외에도 서빙 등 배달로봇이 추가적으로 더 도입될 예정이다. 2019년부터 서빙로봇을 실증해 온 우아한형제들은 LG전자·LX한국국토정보공사 등과 컨소시엄을 구축하고 8월부터 2023년까지 순차적으로 서빙로봇 적용 지역을 확대한다.

8월 무역센터 내 식음료 매장을 시작으로 10월에는 삼성동 트레이드타워 내 실내 D2D 로봇배달서비스, 2023년에는 테헤란로 내 다른 건물로의 배달 서비스도 실증할 방침이다.

자율주행 로봇 기술은 거주지 치안 등에도 투입되는 추세다. 한라그룹에서 자율주행 솔루션을 개발중인 만도는 6월부터 자율주행 순찰 로봇 ‘골리’ 실증에 나섰다.

골리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안정성 시험을 통과했으며, 이를 토대로 관악구 빌라촌에 투입된 상태다. 이번 골리는 2세대 버전으로, 만도는 2020년 7월 당시 시흥에서 1세대 골리를 운행한 바 있다.

1세대 골리는 첫 투입 당시 인파나 장애물이 비교적 적은 배곧생명공원을 실증장소로 삼았다. 2년쯤의 기간을 거쳐 성능을 강화한 2세대 골리는 라이다·카메라 기반의 인지능력을 2배 이상 향상시켰다. 순찰 임무 중 관제센터와 소통을 위한 5G 실시간 통신 기능도 탑재됐으며, 야간 순찰에 필요한 열화상 카메라 등도 적용됐다.

골리가 주거지 순찰에 적합한 스펙을 갖추게 된 만큼, 활동지역인 관악구 거주민들은 발전된 자율주행·로봇 기술의 현황을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 활동무대가 될 신림동은 과거 고시촌 주변에서 횡행하는 여성 대상 범죄 등으로, 서울시 내 대표적인 우범지대로 꼽혔던 곳인 만큼 골리가 범죄 예방에 어떤 유의미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