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방역과 경제를 동시에 잡기위한 감염병 자문위원회 설치를 앞두고 있다.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방역 체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세우면서 소위 ‘과학방역’을 펼치겠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전 정부와 방역분야에서 차이점이 무엇일지 여부에 의문을 표하고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최근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의 위원 구성과 운영 방식 등 관련 세부 절차를 구축하는 중이다. 정부는 이 절차를 마무리하는대로 6월 중 첫 회의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종 감염병인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그간 정부는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수렴하고자 여러 위원회를 설치해왔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생활방역위원회와 일상회복지원위원회를 두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았다.

가장 최근까지 활동한 일상회복지원위원회는 국무총리와 민간 전문가가 공동 위원장을 맡고 ▲경제민생분과 ▲사회문화분과 ▲자치안전분과 ▲방역의료분과 등 4개 분과에 30여명 규모로 운영하면서 단계적 일상회복 외에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 등 주요 방역 정책에 대한 논의를 맡아왔다.

다만 일상회복지원위원회는 사회 전반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경제 전반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등 여러 비판에 시달렸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이달 7일 일상회복지원위원회를 폐지하기로 하고 새 정부에서 새로운 전문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가 공개한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운영 계획을 보면 분과를 방역의료와 사회경제 등 2개로 축소했다. 또 사회적 합의보다 과학적 근거에 무게 중심을 두고 분야별 전문성과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위원을 모두 민간 전문가로 구성할 방침이다.

그러나 방역과 경제분야를 모두 아우르는 통합된 해법을 제시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방역의료분과와 사회경제분과가 나눠져 운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도 방역강화를 주장하는 전문가와 경제 위기 상황에 유연한 방역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갈등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일상회복지원위 역시 방역전문가 뿐 아니라 금융, 교육, 자영업, 문화, 지자체 등의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했지만 이들은 거리두기 완화 등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현재까지 공개된 전문위원회 체계에서는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감염병 자문위는 일상회복지원위와 마찬가지로 결정 권한 없는 자문위인데다가 구성폭은 지원위보다도 좁아진다. 결과적으로 아무리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낸다고 해도 질병관리청과 보건복지부 등 정부가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되는 구조다.

즉 방역적 판단과 사회경제적 판단 중 어느 한쪽으로 다소 기울어진 결정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심지어 감염병 자문위가 내세우는 과학방역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바는 그간 검사, 비대면진료, 대면진료 등 업무에 따라 제각각 운영해온 진료기관들을 ‘호흡기환자진료센터’라는 이름으로 다음달부터 통합한다는 점과 이 가운데 최소 5000개소는 검사부터 처방, 진료까지 모두 가능한 ‘원스톱 진료기관’으로 만들겠다는 계획 뿐이다.

감염의료계 전문가는 "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2년간 코로나 방역에 대해 각자 의견이 달랐고, 어떤 방식의 방역이 더 효율적인지에 대해서도 자신이 옳다고 보는 방법론만 주장해 왔다"면서 "현 정부가 내세우는 과학방역 역시 그저 힘이 강한 집단쪽의 과학적 방법론을 채택할 수 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와 같은 대유행 질병 아래에서는 과학적 근거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을 정부가 상황에 따라 결정해야하기 때문에, 과연 과학방역이 현실성이 있는지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백경란 신임 질병청장 역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사실 거리두기 같이 사회적 방역대응 정책에 대해서는 과학적 근거 외에도 사회적 합의라든지 정책결정 요소로 제외하기 어려운 그런 부분도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과거 정부와 다른 방역을 펼치겠다는 새 정부의 포부는 당장 올 가을 재유행이 닥쳐 방역을 강화할 때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제시한 과학방역이 과연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지 여부와 일상회복이라는 희망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내놓는 방역 정책이 얼만큼 실효성이 있을지 여부도 현 정부가 떠안은 큰 고민거리다.

무엇보다 과거 정부와 어떤 차별성을 둔 방역 대책이 나올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17일 발표될 코로나19 격리해제 여부가 윤석열 정부의 과학방역을 가늠해볼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