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글로벌 부품 회사로 거듭난다. 그룹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애플, 테슬라, 중국 제조사 등 신규 매출처를 확보했다. 고속 성장의 전환점을 맞았다.

15일 전자부품 업계와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LG이노텍은 그룹 내부거래비율을 한자릿수로 줄이고 주력 고객사인 애플과의 동행을 강화했다.

서울 마곡 LG이노텍 본사 전경 / LG이노텍
서울 마곡 LG이노텍 본사 전경 / LG이노텍
과거 LG이노텍의 주력 매출처는 LG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였다. 2014년 매출 6조4661억원 가운데 계열사를 통해 발생한 매출은 2조878억원이었다. 내부거래 매출비율은 32.3%에 육박했다. LG이노텍은 1조원이 넘는 거래액을 LG전자로부터 받았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카메라모듈을 비롯해 메인기판(HDI)을 LG이노텍으로부터 공급받았다.

하지만 애플과 거래가 늘고 계열사 일감이 꾸준히 줄어들면서 LG이노텍의 내부거래비율은 2021년에 6.8%로 대폭 줄었다. LG전자가 2021년 7월 휴대폰 사업을 종료한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LG이노텍은 애플 아이폰용 카메라 모듈을 주로 만든다. 애플이 2017년 출시한 아이폰X(텐)에 렌즈가 두 개인 듀얼 카메라를 탑재하면서 매출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LG이노텍은 2021년 애플로부터 11조1924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2020년(6조4618억원) 대비 73% 증가했으며, 전체 매출 중 애플 비중은 2020년 68%에서 2021년 75%로 대폭 늘었다. 2016년 LG이노텍 매출에서 차지하던 애플 비중은 37%에 불과했지만, 5년 만에 전체 매출의 4분의 3을 애플에 의존하게 됐다.

삼성전기 반도체 패키지기판(CPU용) 제품 사진 / 삼성전기
삼성전기 반도체 패키지기판(CPU용) 제품 사진 / 삼성전기
삼성전기는 2021년 삼성전자로부터 2조765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 중 28.6%를 차지하는 것으로, 매출 비중이 3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2021년이 처음 있는 일이다. 2016년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가 56.8%였던 것을 고려하면 비중이 반 이상 줄었다.

삼성전기는 2021년 주주총회를 통해 향후 5년 내에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를 20% 미만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경계현 전 삼성전기 사장은 당시 주총에서 "한 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그 기업이 나빠졌을 때 휘둘릴 수 있다"며 "삼성전자 의존도를 향후 20% 미만으로 가져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 사장의 후임인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도 같은 방향을 유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는 애플이 자체 개발한 PC용 프로세서 M2 개발 프로젝트와 관련해 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M2 프로세서를 탑재한 맥북 등 PC 신제품을 개발 중이다. 출시 일정에 맞춰 삼성전기가 프로세서 핵심 부품인 반도체 패키지 기판을 개발할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전기는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로부터 거래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샤오미 매출액은 1조30억원으로 2020년 5740억원에 비해 2배쯤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10%를 넘겼다. 삼성전기는 카메라 모듈 외에도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반도체 기판(FCBGA) 등 주력 제품의 해외 고객사를 꾸준히 늘리는 중이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테슬라 전기차의 전장용 카메라 모듈 수주전에도 뛰어들어 고객 다변화에 속도를 낸다.

삼성전기는 최근 테슬라의 상하이·베를린 공장에 다년간 수조원대 전기차용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테슬라가 올해 출시하는 모델X·Y·S·3 등 주요 전기차와 트럭 등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주 금액은 4조~5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는 삼성전기 카메라 모듈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사업부 연간 매출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LG이노텍도 삼성전기와는 별개로 테슬라 전기차 부품 수주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부품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최근 미국 테슬라의 텍사스 오스틴공장에 공급하는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카메라모듈 수주 입찰에 참여한 상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해외 메이저 업체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는 LG이노텍과 삼성전기의 전략이 통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스마트폰은 물론 전장 부문까지 적용이 확대되는 카메라모듈과 반도체 기판 사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