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모빌리티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들이 정부 규제와 한정된 사업모델이라는 장벽을 만났다.

라스트마일 모빌리티의 대표주자로 각광받았던 전동킥보드는 국내외 기업을 막론하고 고사위기에 놓였고, 업계에 불어닥친 잇따른 고난에 거대기업인 카카오모빌리티마저 기업공개(IPO) 난항을 겪어 매각설까지 불거지는 중이다.

17일 모빌리티 업계 다수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국내 모빌리티업계는 신규 수익모델 구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초기 주요 수익모델로 정착했던 택시 호출·중개 플랫폼 사업이 상생 문제가 불거지면서 수익화에 대한 한계점이 명확해졌을 뿐만 아니라, 비슷한 대리운전 사업도 5월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대리운전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3년간 발을 붙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버스 단말기와 결제 시스템. / 티머니
버스 단말기와 결제 시스템. / 티머니
자율주행·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 등 모빌리티가 미래산업의 꽃으로 기능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각 기업은 여전히 수익화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당장 양대 기업인 카카오·티맵 모빌리티도 각각 지난해서야 흑자 전환에 성공하거나,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인프라와 인력이 풍부한 선도 기업에서도 모빌리티 사업의 수익화가 쉽지 않은 과제라는 증명이다.

단순 호출·중개 플랫폼 등 기존 수익모델의 한계에 봉착한 모빌리티 기업들의 돌파구로 제시되는 영역은 결제와 데이터솔루션 등이다. 통합 MaaS(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이동수단의 가짓수 확대와 별개로,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와 소비자 행동을 이용해 ‘플러스 알파(+a)’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제 솔루션은 모빌리티 플랫폼·수단 다양화에 따라 시장 규모 매년 급성장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결제는 편의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이용자 이탈을 불러일으키는 민감한 영역이면서도, 직접 ‘돈을 만지고 유통하는 사업’인 만큼 수익성도 크다.

티머니에서 추구하고 있는 커넥티드 MaaS / 티머니
티머니에서 추구하고 있는 커넥티드 MaaS / 티머니
티머니가 빠른 MaaS 구축이 가능했던 이유도, 2000년대부터 교통카드와 단말기 등을 통해 전국 대중교통 결제망을 장악했던 점이 컸다.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가 타다를 인수해 경쟁에 뛰어든 이유도, 결제 시스템이 모빌리티 산업에서 가지는 위치를 인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조동욱 티머니 상무(모빌리티 사업부장)는 "대중교통 중심 커넥티드 MaaS의 핵심은 기존 교통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며 "티머니는 대중교통 정산사업자로써 시민 편리와 교통업계 간 상생을 추구해 우수한 대중교통 인프라·결제시스템을 인정받아 온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모바일 예매 서비스나, 택시 카드 결제 서비스, 하이브리드 앱미터기 등으로 택시·운송 업계와 신뢰관계를 구축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대중교통 중심의 통합 MaaS 생태계의 초석을 다지는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도시 단위 대규모 고정밀 지도·디지털 트윈 제작이 가능한 네이버랩스의 어라이크 솔루션 / 네이버랩스
도시 단위 대규모 고정밀 지도·디지털 트윈 제작이 가능한 네이버랩스의 어라이크 솔루션 / 네이버랩스
주행 데이터와 위치기반 정보를 활용한 데이터 SaaS(서비스로의 소프트웨어) 솔루션 사업도 유망 분야다. 현재 모빌리티 업계에서 미래 메가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네이버가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포털 기반 빅데이터를 보유한데다, 고정밀 지도(HD Map)·디지털 트윈 등 기술 분야 협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와도 협력해 일본 내 도시 단위의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는 해외 실증 사업도 추진 중인데, 고정밀 지도와 디지털 트윈이 미래 지능형 교통체계(C-ITS)의 완성도를 담보하는 초석인 점을 생각하면 국내외 활용도가 크다.

국내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고정밀 지도는 정밀도 외에도 경로 등의 변경을 빠르게 수집하고 반영하는 능력이 중요한데, 네이버는 포털을 통한 리뷰·사진 등 구체적인 장소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며 "이를 디지털 트윈이나 자율주행 SaaS로 사업화하면 추후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시장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보유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소프트뱅크와 손잡은 일본 디지털트윈 구축 사업의 경우 이제 시작한 시점이다보니, 실증을 완료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비즈니스화는 실증 이후에나 고려할 수 있지만, 국내기업 기술로 이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