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경제인에 대한 사면 논의가 수면위로 올라오는 가운데 신동빈 회장의 ‘7년 전 약속’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7년 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논란이 되자 대국민 사과와 함께 지주사 전환 및 호텔롯데의 상장 등을 통해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상처 남긴 2015년 ‘왕자의 난’…거미줄 같은 지배구조 도마 위

2015년 7월 신 회장은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였다. 신 전 부회장이 2015년 롯데홀딩스 부회장직에서 해임된 이후 아버지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을 앞세워 신 회장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 해임하면서 일명 ‘왕자의 난’이 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은 소송 및 주주총회 표 대결을 이어갔고 신 회장이 연이어 승리하며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 실제로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해임된 이후 매년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 복귀를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반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은 지난해 6월 신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며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조선 DB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조선 DB
경영권 분쟁에서 신 회장이 승기를 잡으며 한・일 롯데그룹 정점에 오른 모습이지만 왕자의 난으로 인해 깊은 상처가 남게 됐다. 신 전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에서 국적문제가 불거져 홍역을 치뤘으며 롯데그룹에 대한 여론도 악화됐다. 특히 왕자의 난을 기점으로 롯데가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복잡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가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5년 8월 기준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276개였다. 이 같은 문제로 인해 신 회장은 같은 해 9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가기도 했다.

‘마지막 퍼즐’ 호텔롯데 상장, 지지부진…상장시기 안갯속

2015년 8월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그룹이 대내외적으로 위기에 직면하자 대국민 사과와 함께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투명성 확보를 약속했다. 이를 위해 호텔롯데의 상장과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당시 신 회장은 "롯데호텔에 대해 일본 계열 회사들의 지분비율을 축소할 것이다. 주주구성이 다양해질 수 있도록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종합적으로 개선 방법을 강구하겠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그룹을 지주회사로 전환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2017년 ‘뉴 롯데'를 선언하며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4개 상장 계열사의 투자부문을 합쳐 롯데지주를 출범시켰다. 또 계열사간 분할・합병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모두 해소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중요한 퍼즐인 호텔롯데의 상장은 아직까지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호텔롯데는 롯데홀딩스(19.07%)와 신 전 부회장이 절반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광윤사(5.45%) 등이 지배하고 있는 기업이다.

롯데월드타워. / 롯데
롯데월드타워. / 롯데
또 롯데지주 지분 11.1%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 최상위에 위치한 회사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한국, 일본 롯데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를 한국에 상장해 일본계 주주들의 지분율을 희석하고 향후 롯데지주에 편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지주-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서 오너일가-롯데지주-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단순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호텔롯데 상장이 추진된 바 있지만 2016년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로 인해 철회됐다. 2017년에는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보복으로 인해 호텔롯데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고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실적이 급락하면서 상장 재추진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타격을 입은 호텔롯데가 정상화가 돼야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