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다. 하지만 반도체 분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며 상대적으로 소프트웨어(SW) 인재양성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SW 기업에 따르면, 앞으로 5년간 부족한 SW 인력은 100만명 규모다. 대기업보다 인재난이 더욱 심각한 중소·중견 IT업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군 복무를 대체할 수 있는 혜택이 없다면, 젊은 SW 인력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 입사하기 보다 대기업을 선호하는 게 현실이다.

7일 열린 제26회 국무회의 모습 / 대통령실
7일 열린 제26회 국무회의 모습 / 대통령실
최근 스타트업을 비롯한 중소 IT업계는 SW 인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인재 확보 정책을 요구하는 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병역특례 확대다. 2021년 말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개최한 SW 인력양성과 새 정부 정책과제 토론회에서도 병역특례 확대에 대한 업계의 요청이 있었다.

문제는 병역특례제도의 키를 쥐고 있는 국방부가 움직이지 않는다. 국방부는 병역 특례 적용 범위 확대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이다. 5월 병무청이 고시한 2023년 병역특례 인력지원 중 전문연구요원은 2300명이다. 2022년 2400명보다 오히려 줄어든 규모다.

그나마 최근 정권 교체 후 반도체 분야에 한해 병역 특례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며 태도를 바꿨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선거 후보 시절 부터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주된 경제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이에 국방부가 반도체 전문 인력에 대한 병역특례 확대 검토를 언급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도 "반도체는 국가안보 자산이자 우리 산업의 핵심이다"며 "반도체 산업은 우수한 인재를 키워내는 게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반도체 전문 인력 부족 해결을 위한 노력을 전 부처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반도체 인재 양성 기조에 발맞춰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양성 특별팀’도 만들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팀장을 맡은 특별팀은 교육부 외에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반도체 기업 인사 담당자 등이 참여한다. 참여자들만 살펴봐도 디지털 인재라기보다는 반도체 관련 인력 확보에 편중돼 있다.

교육부는 15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반도체 산업 생태계와 인재수요'를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정부 코드 맞추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8일 디지털인재 9만명 양성계획을 밝히며 윤 대통령의 요청에 화답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목표한 디지털인재는100만명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나머지 90만명 디지털 인재양성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을 밝힌 정부부처는 아직 없다.

그나마 16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반도체 등 첨단분야 인력양성을 저해하는 규제개선에 우선 착수하고, 대학규제개선위원회를 설치해 관련 법령·지침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내용이 언급돼 있다. 해당 정책에서도 반도체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음이 드러난다.

8일 과기정통부 주최 하에 열린 ‘민·관 협력 디지털 인재양성 사업’ 선포식 및 현장 간담회에서는 다양한 SW 인재 확보 방안에 대한 의견이 제시됐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중소기업 병역특례 확대였다.

과기정통부는 병역특례 관련 문제는 국방부에 공을 넘긴다. 하지만 키를 쥔 국방부도 디지털 인재 병역특례에 관해서는 이렇다 할 계획이 없다.

국방부 관계자는 "반도체 분야 병역특례 확대도 규모와 시기 등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며 "디지털 인재에 관련 병역특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