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에 대해 25만달러의 합의금을 받지 못하면 우리 변호사들이 즉각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다."

최근 루나(LUNA) 폭락이 권도형 대표의 테라폼랩스측 자작극일 수 있다는 문제 제기에 루나 측이 반박한 내용이다. 테라 검증인 루나클래식 다오(LUNC DAO)는 트위터를 통해 "보고서 내용이 거짓임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루나클래식 다오의 주장은 어쩐지 으름장에 불과하다는 느낌이다. 억울하면 증명하면 된다. 떳떳하게 자신들의 지갑 주소를 공개하면 될 일이다. 법적 조치를 예고하며 분노를 표출하는 모양새가 옹색하게 느껴진다.

권도형 대표의 이같은 ‘배짱 화법’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주위의 의혹이나 문제 제기에 대해 반항심과 허세 가득한 말투로 이슈의 본질을 흐려왔다. 문제는 이게 먹혔다는 것이다. 대중은 테라 생태계의 약점을 간과하고 권도형 대표의 막말에 집중했다.

체스 관련 인터넷 매체 ‘체스 닷컴’과의 인터뷰가 대표적이다. 권도형 대표는 미국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 변화에 대한 진행자의 질의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마치 테라 생태계는 미국에 좌우될 사이즈가 아니라는 자신만만함을 과시하는 듯 했다. 나아가 "95%의 코인이 사라질 것이고, 코인 몰락을 지켜보는 건 오락"이라고 거들먹거려 여론의 질타를 맞았다.

시장은 권도형 대표의 막말에 분노했지만, 정작 미국 정책 변화에 답을 하지 못한 점은 부각되지 않았다. 어쩌면 권도형 대표는 규제 내용을 몰랐을 지 모른다. 권도형 대표 입장에서는 무지한 대표보다 무례한 대표라는 선택지가 나았을 지 모른다.

한 경제학자가 디파이 구조의 위험성을 지적할 때도 권도형 대표의 막말은 통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과 토론하지 않는다"고 답해 대중의 인식에서 테라의 취약점을 축소시킬 수 있었다. 테라가 안전하다고 주장하지 않아 추가 반박 여지를 남기지 않았던 셈이다. 설전을 피하면서 테라의 취약점을 드러내지 않았다. 앵커프로토콜 준비금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핵심 문제에 대해서도 ‘네 엄마(Your mom)’라는 막말로 응수해 커뮤니티에서 준비금 부족 문제가 이슈화 되는 걸 덮을 수 있었다.

그는 이같은 막말 화법으로 문제의 핵심을 피해 나갔다. 절대 링 위로 올라가지 않았다. 링 밖에서 욕설을 하며 대중을 호도할 뿐이다. 왜 그럴까. 싸울 자신이 없어서일 가능성이 크다. 링 위에 올라가면 자신이 진다는 걸 알고 있었을 지 모른다. 상대가 주먹을 날리면 권 대표는 막말로 대꾸했다. 그래놓고 이긴 척 했는데 이게 통했다.

그에게 필요한 건 논리적인 설득이 아니라 그저 ‘절대 강자’라는 이미지를 심어 자신에게 베팅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의 화법은 ‘강한 리더십’으로 포장됐다. 루나 몰락 이후, 권도형 대표는 트위터에서만 요란한 ‘빈수레만 요란할 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내 가상자산 미디어 코인데스크코리아가 블록체인 보안 기업 웁살라시큐리티의 보고서를 인용해 자작극 의혹을 제기한 지 일주일 가까이 지났지만, 무슨 일인지 권도형 대표가 이와 관련해 조용하다.

물론 코인데스크코리아의 의혹 제기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대하는 권도형 대표 측의 반응도 미덥지 못한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으니 시장은 자작극 의혹 제기가 사실 일 수도 있다고 믿는 듯하다.

권도형 대표는 아직 그럴싸해 보일 한마디가 아직 떠오르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그의 막말도 이제 ‘오락’에 가까워 졌다는 걸 알게 된 걸까. 루나 몰락에도, 꼭꼭 숨어 건재함을 알렸던 그가 이번엔 어떤 말을 들고 나올 지 궁금하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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