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고강도 제재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해한 것이 오히려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현지시각) 지난 4개 분기 동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반도체 기업 20곳 중 19곳이 중국 업체였다고 자제 집계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해당 범주에 중국 업체가 8곳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증가세다.

중국 상하이 소재 SMIC 회사 전경 / SMIC 홈페이지
중국 상하이 소재 SMIC 회사 전경 / SMIC 홈페이지
블룸버그는 비디오칩 제조업체인 '상하이 풀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보안 감시장비 제품에 대한 높은 수요에 힘입어 이 기간 수익이 37% 늘었고, 디자인 도구 개발사인 '프리마리우스 테크놀로지스' 역시 자사가 보유한 첨단 기술 덕분에 매출이 두배 늘었다고 전했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도 2021년 중국에 기반을 둔 칩 제조업체 등의 총 매출이 전년 대비 18% 증가한 1조위안(193조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 분야 '챔피언 기업'의 힘과 맷집을 기르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고 미국 제재에 맞선 '바이 차이나' 전략을 추진한 결과로 분석된다.

글로벌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의 펠릭스 리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와 관련한 봉쇄로 인해 중국 내부에서 공급망의 자급자족 움직임이 나타났다"며 "해외에서 반도체를 수입한 중국 고객들이 대체제를 자국 내에서 공급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또 세계적 반도체 공급난이 중국 업체에는 호재로 작용해 인기 있는 특정 제품의 경우 정상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려나갈 정도였다고 강조했다.

펠릭스 리 애널리스트는 "중국 반도체 제조 기업 입지는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다"라며 "앞으로 몇 년 동안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업종을 상대로 한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2020년 중국의 세미콘덕터 매뉴팩처링 인터내셔널과 하이크비전 등에 대한 기술 수출 등을 제한해 이들 기업의 성장을 막는 데 성공했지만, 역으로 중국의 반도체 칩 시장의 부흥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외산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고 반도체 공급망을 완전 구축하기 위해 현지 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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