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은 인류에게 엄청난 자각을 가져왔다. 예전과 같은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 뉴노멀(New Normal)이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자각이다. 인류는 이제 성장 중심의 발전이 아닌 성장과 발전에 있어서 뉴노멀을 위한 길을 찾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고, 대기업보다 중소기업들에게, 대형 유통보다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훨씬 더 큰 고통을 줬다. 만약 코로나19 팬데믹이 다시 창궐한다면,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은 생존 자체의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다른 얘기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사회의 디지털 대전환 속도를 10배 이상 빠르게 만들었다. 온라인 커머스가 중심에 서는 세상이 된 것은 기본이고, 모든 일상이 재택근무와 온라인 미팅, 디지털 자산으로 변화했다. 인류는 디지털 대전환을 10년은 앞당겨서 경험하는 또 하나의 새로운 방식, 뉴노멀을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디지털 대전환에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간 격차는 엄청난 차이로 벌어졌다. 특히,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의 수준에 그대로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지나가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는 지금의 상황에 도취돼 디지털 대전환이 가져올 엄청난 파고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의 디지털 대전환 시대가 AI와 플랫폼의 시대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플랫폼 경제라는 단어를 말할 때 우리가 꼭 함께 사용하는 말이 있다. 바로 ‘Winner Takes All!’이라는 단어다. 승자독식이라고 번역되는 이 단어는 어쩌면 디지털 대전환을 대비하는 수많은 기업의 마음속에 담긴 가장 두려운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승자독식 세상에서 2등은 의미가 없다. 우버, 에어비앤비, 아마존을 예로 들면 쉽게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우버의 기업가치는 70조~80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세계 3대 호텔 체인의 기업가치를 더한 것과 맞먹는다고 알려졌다.

‘Winner Takes All!’은 일반 기업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맥킨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성숙도 상위 20% 기업의 이익률은 하위 80% 기업 이익률의 3.9배에 달한다. 디지털 대전환에서 뒤처지는 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사다. AI에 대한 투자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 그림의 떡 정도로 밖에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어떤 소상공인이 AI를 통해 새로운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를 준비한다고 말한다면, 주변에서는 정신 나간 짓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야 한다.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는 상위 20%만을 위한 것인가? AI와 플랫폼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경제는 소상공인이 쿠팡, 카카오,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에서 상품을 팔 수 있도록 되는 세상만 뜻하는 것인가? AI와 플랫폼을 누구나 가질 수는 없는 것인가?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인류가 갖게 된 새로운 자각은 성장과 발전을 위한 새로운 길, 뉴노멀을 찾는 것이다. 무엇이 이 새로운 길일까?

많은 학자들은 Web 2.0 경제가 우버, 에어비앤비, 아마존과 같은 중앙 집중화된 플랫폼(Centralized Platform) 경제라면, Web 3.0 경제는 개방형 자율적 플랫폼의 경제라고 이야기한다. 인류가 자각한 새로운 방식, 뉴노멀의 길은 승자가 모든 것을 가지는 승자독식의 세상이 아닌 모두가 함께 성장하고 번영하는 세상이다.

새로운 뉴노멀의 시대 우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함께 번영하는 새로운 경제를 원하고 있다. 누구나 원한다면 AI를 활용한 다양한 삶의 편익을 누릴 뿐 아니라, 자신도 그런 AI를 가지고 비즈니스를 하고, 플랫폼 경제에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는 세상이 디지털 대전환에 있어서 뉴노멀의 길인 것이다. 누구나 플랫폼을 공유하고 누구나 AI를 공유하는 세상이 온다면, 누구에게나 기회의 창은 열려 있다. 승자만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의 세상이 아닌 누구에게나 새로운 기회가 열려있는 ‘Opportunities for All!’의 세상이 되는 것이다.

누구나 AI를 공유하는 AI 공유 플랫폼(AI Sharing Platform)의 세상에서는 데이터는 더 이상 한 기업의 소유물이 아닌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자원이 될 것이다. AI 공유 플랫폼에서는 사람들의 개인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에 대한 Intelligence를 공유하는 것이다. 누구나 AI를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가 모두에게 열려 있는 ‘Opportunities for All!’의 시대를 대한민국이 선도할 수 있다. 누구나 인터넷을 제한 없이 사용하듯이 누구나 AI 공유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갖게 된다면 이것은 새로운 자본주의를 재창조하는 길이 될 것이다.

한상만 한국경영학회장(성균관대 교수) smhan@skku.edu

한상만 교수는 한국경영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한상만 교수는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 학장을 역임하였으며, 삼성그룹, SK텔레콤, 교보생명, LG디스플레이, 제일기획, 아모레퍼시픽 등에서 자문교수로 활동했다. 하나투어 사외이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 중견기업정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대한민국 지속가능경영포럼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경영학회는 2022년 전남 여수에서 38개의 경영관련학회들과 함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경영의 구현'을 주제로 융합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