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불황 속에서도 독주하던 메리츠증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발목을 잡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채무보증 비중이 높아지는 데다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부동산PF 리스크 관리를 주문하면서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상승 기조, 주택시장 침체 등 제반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3770억원으로 전년 동기(2846억원) 대비 32.4% 증가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3000억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2117억원에서 2824억원으로 33.4% 늘었다.

이는 지난 1분기 대부분 증권사가 부진한 성적을 낸 것과 상반된 결과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58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596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9946억원) 대비 31.2%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한국투자증권(-31.9%), 미래에셋증권(-32.1%), 키움증권(-38.6%), 삼성증권(-46.9%), NH투자증권(-56.8%) 등도 전년 동기 대비 부진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메리츠증권의 호실적은 부동산PF를 포함한 기업금융(IB)부문의 선전 덕분이다. 위탁매매 부문의 사업 규모가 크지 않은 가운데 2020년 4월까지 보유했던 종합금융업 라이선스로 조달 측면의 강점 등을 활용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순영업수익 중 위탁매매 부문의 비중은 10%를 하회하며 낮은 수준이다. 반면 IB 및 금융부문의 비중은 8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높다. IB부문 손익은 대부분 부동산PF 인수주선 및 채무보증 수수료로 구성돼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채무보증 금액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우려 요인이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메리츠증권의 채무보증액은 4조9358억원으로 삼성증권의 5조2013억원에 이어 2위다. 자기자본 대비 97.4% 수준으로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 평균(64.5%)을 크게 웃돈다.

주요 증권사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 신영빈 기자
주요 증권사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 신영빈 기자
채무보증은 신용·담보가 부족한 회사가 돈을 빌릴 때 증권사가 해당 채무를 보증해주는 IB 거래로 부채에 속하지는 않지만 부채에 상응하는 의무를 가진다. 증권사는 주로 부동산PF에 채무보증을 제공해 왔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우발부채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과거 대비 브릿지론 등 상대적으로 고위험 비중이 높아진 점이 부담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체 요주의 이하 자산의 80%가 해외대체투자"라며 "우발부채 및 대출금 중 30% 이상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해외대체투자라는 점도 부담요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복현 금감원장이 부동산 금융의 리스크 관리를 주문하면서 당국의 감독이 강화될 전망이다. 이 금감원장은 지난 16일 금융시장 리스크 점검 회의를 개최하고 최근 크게 늘어난 비은행업권 해외 대체투자 및 PF대출, 부동산 채무보증 등 부동산 익스포져의 손실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점검 및 충분한 충당금 적립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도 부동산PF 성장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19년 12월 부동산PF 익스포저 건전성 관리 강화 방안으로 인해 PF 채무보증 확대가 어려워졌다"며 "지난해 2월 기업금융 활성화 방안으로 인해 PF 대출 확대도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이로 인해 이후 셀다운 경쟁이 심해지면서 PF 시장의 규모와 수익성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규제 완화가 필요하지만, 증권사의 부동산 투자 관련 규제는 부동산 규제 변화 흐름의 마지막에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기대할 만한 내용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