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건설은 최근 중국인 노동자 B씨가 공사 현장에서 사망하는 사고를 겪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만큼 사업주의 형사처벌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A건설이 현장에 설치한 CCTV에 B씨의 사고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B씨의 사고 상황을 확인해보니, 그는 업무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까 말까 주저하다 안타깝게도 뛰어내리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B씨의 극단적인 사고는 애석한 일이지만, A건설 측은 해당 CCTV 영상이 없었다면 중대법 처벌 기업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법) 시행으로 산업계가 긴장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한 인명 피해를 주는 산업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1월부터 시행 중이며,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보안 솔루션 업계는 중대법 시행 후 때 아닌 호황을 겪는다. 사고와 관련된 내용이라 호실적에 표정관리 중이지만, 지속해서 상품 가입 문의가 잇달아 접수되는 등 지능형 CCTV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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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1호 사건인 경기도 양주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사고 현장/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중대재해법 1호 사건인 경기도 양주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사고 현장/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27일 국내 융합보안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지능형 CCTV 등을 포함해 융합보안 플랫폼, 안전사고 예방솔루션 등에 대한 기업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에스원은 CCTV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안전사고 예방 솔루션 '안전환경형 SVMS’로 해당 시장을 공략 중이다. 안전환경형 SVMS은 침입, 넘어짐, 이상행동, 배회, 방치 등 14가지 알고리즘을 통해 사람의 행동·패턴이나 물체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위험 징후를 포착해 경고를 주거나 관리자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한다.

에스원은 관계자는 "구체적인 고객사를 밝힐 수는 없지만, 지능형 CCTV를 포함해 기업들의 문의는 늘고 있다"고 말했다.

SK쉴더스는 앞서 5월 산업용품 제조사 세이프웨어와 협업해 고위험군인 건설·제조·물류센터 등의 높은 위치 현장에서 작업하는 고소작업으로 발생될 수 있는 추락사고에 대비해 근로자가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에어백’을 출시했다. 웨어러블 에어백은 자동차의 에어백과 같이 근로자의 추락을 감지해 0.2초 내 내장된 이산화탄소가 팽창해 추락에 의한 충격을 완화해준다. 추락과 동시에 현장 관리자에게 긴급으로 문자메시지가 전송된다.

SK쉴더스는 2021년 10월 ‘써미츠(SUMiTS) 산업안전’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최근 기업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써미츠 산업안전 서비스는 산업안전과 관련된 센서, 기기, CCTV 등을 연결해 모니터링할 수 있는 통합 안전관리 플랫폼이다. 추락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 안전관리자 및 관제 담당자, 현장 근무자 외 긴급출동 가능한 유관기관 등에게 자동으로 대응절차가 전송돼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수 있다.

SK쉴더스 관계자는 "1월 중대법 시행 이후, 써미츠의 수요가 늘고 있다"며 "플랫폼 도입이 어려운 단기 현장, 중소 기업의 경우 작업 환경에 맞는 단일 산업안전 솔루션 구축 수요가 늘고 있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이동형 산업 안전장치, 이동형 CCTV, 지능형 영상 분석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 여력이 있는 대기업의 경우 플랫폼 전체를 도입해서 한번에 관리하지만, 예산이 부족한 중소 기업의 경우 최소한의 장치로 현장에 맞는 개별 솔루션을 찾고 있다"며 "건설, 제조, 화학 등의 분야의 수요가 가장 많으며, 건설업계는 CCTV를, 크레인 등 중장비 업계는 센서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