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코로나19가 엔데믹 단계로 접어들면서 ‘집콕 특수'를 누렸던 온라인 플랫폼 기업(네카오 등)이 성장 둔화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개발자 임금 인상이라는 부담이 커진데다가, 국내 ‘문어발 확장'을 자제하라는 시대적 요구에도 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은 ‘글로벌'을 대안으로 내세웠으나 ‘콘텐츠' 외에는 이렇다할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메타버스를 내세우기도 하지만 이 역시 뚜렷한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IT조선은 위기의 빅테크 기획을 통해 이들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해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이제부터가 진짜다."

전문가들은 엔데믹에 진입한 지금이 네이버와 카카오가 진짜 승부를 준비할 중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두 기업의 핵심 성장 동력인 광고와 커머스 사업 부분 성장이 둔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환경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가올 메타버스 시대를 대비해 자체 블록체인 메인넷 기술을 확보하고, 접속을 위한 기기 등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이버 분당 사옥과 카카오 제주 사옥 모습. /조선일보DB
네이버 분당 사옥과 카카오 제주 사옥 모습. /조선일보DB
광고 모델 강화로 해결책 찾을 수 있을까

광고와 커머스 성장률 둔화라는 구조적 환경에 부딪힌 네이버와 카카오가 발굴한 해결책은 ‘더 전략적인 광고 모델’을 찾는 것이다.

네이버는 다른 광고 대비 단가가 높은 영상 광고 등을 활용해 광고 매출을 성장시키는 전략을 강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모바일 첫 화면에 브랜딩 배너와 풀 동영상이 결합된 형태의 광고를 노출시키고 영상 자동 재생하는 ‘스페셜 DA 프리미엄 동영상 광고’ 상품을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다른 광고 상품 대비 광고 단가가 30% 더 높다"며 "마케팅 비용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을 중심으로 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오픈채팅방 수익화’와 ‘카카오톡 글로벌화’를 강조하며 더 많은 광고 배치를 공식화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지난 8일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 간담회를 통해 차기 주요 성장 전략으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내 광고모델 도입을 제시했다.

카카오톡은 채팅 목록 상단에만 광고가 배치되는 '비즈보드'를 노출해왔는데, 이를 오픈채팅방 안으로 확대키로 했다. 광고를 통해 나온 수익을 카카오와 오픈채팅방 개설 방장이 나누는 모델이다. 이는 앞서 1분기 컨퍼런스콜과 남궁훈 대표의 기자간담회에서도 예고됐던 내용이다.

다만 업계는 이같은 ‘광고전략'이 단기 대응책일 뿐 근본적인 대안이 되긴 어렵다고 전망한다. 구조적 상황이 회복되더라도 광고 시장은 고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환경이기 때문이다.

임희섭 미래에셋투자증권 연구원은 "광고 시장 내 온라인 침투율은 2021년 기준 54%로 이미 크게 증가했다"며 "커머스 사업 또한 2021년 기준 온라인 침투율이 27.5%로 글로벌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연간 앱 사용시간 그래프. 네이버는 2020년부터 감소, 카카오는 정체되고 있다. / 신영빈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의 연간 앱 사용시간 그래프. 네이버는 2020년부터 감소, 카카오는 정체되고 있다. / 신영빈 기자
효자 된 웹툰·웹소설

게다가 두 기업은 여러 서비스의 핵심이 되는 검색 포털과 메신저 플랫폼 이용자를 더 확대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미래에셋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을 기점으로 네이버는 앱 사용시간이 감소세를 보였으며 카카오는 정체되고 있다. 이미 한국에서는 신규 가입자 유치가 어려울만큼 시장을 점유한 탓이다.

특히 네이버는 해외에서 압도적인 검색 영향력을 보유한 구글의 추격까지 신경써야 하는 처지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2017년 네이버의 검색엔진 점유율은 약 87%였던 반면 현재는 55~6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고스란히 구글이 가져갔다.

‘글로벌 진출 강화’가 절실한 이유이자 수익 다변화를 꾀해야 하는 배경이다. 또 두 기업이 웹툰과 웹소설 등 콘텐츠 사업을 신사업으로 낙점한 이유다. 콘텐츠 사업은 단순히 웹툰과 웹소설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등 여러 콘텐츠IP 사업으로까지 연계되며 규모를 키울 수 있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특히 두 기업은 웹툰과 웹소설 등 콘텐츠 사업에서 글로벌 선두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글로벌 파트너와 협력을 강화하는가 하면 인수합병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서비스 지역을 일본을 비롯해 북미와 유럽으로 계속 확대하는 중이다.

다만 카카오의 경우, 웹툰 외에는 이렇다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가 없어 대안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는 "카카오는 웹툰을 제외하고 글로벌 지역에서 내놓을 카드가 없는 ‘외통수’ 상태다"라며 "카카오가 가진 자산을 활용해 전략적인 해외 진출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20년 위한 장기 투자 시작돼야"

여기에 일각에서는 한국의 빅테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래 20년을 위한 중장기 동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미래 기술 변화의 흐름에 대비하고 플랫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제반 기술 확보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이 대표적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두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제페토를 보유한 네이버가 메타버스 접속을 위한 디바이스 등의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 주요 빅테크 기업은 메타버스 선점을 위해 접속 기기 인프라 출시를 준비 중이다. 메타는 지난해 페이스북에서 사명을 메타로 바꾸고 코드명 ‘캄브리아’라는 혼합현실 헤드셋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플 역시 올해나 내년에 혼합현실 헤드셋을 내놓을 전망이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제페토가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언젠가는 메타의 오큘러스와 같이 메타버스 플랫폼에 접속할 수 있는 네이버만의 디바이스가 필요한 시점이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인이 자신이 생산한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을 안전하게 확보하고, 여러 메타버스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플랫폼 기업으로서 글로벌 확장을 위해서는 안전한 데이터 보호와 신원인증 등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한 시기가 올 수밖에 없다"며 "인프라 측면에서 메인넷 보유가 필수인데 두 기업의 기존 기술은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