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예방 목적으로 개발한 백신이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허가를 획득하면서 차기 백신 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임상 참여자 모집과 디자인 변경 등으로 차기 국산 백신 후보들의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임상 마무리되는 시점이 올 하반기로 예고돼 2호 백신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을 연구하는 모습. /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을 연구하는 모습. / SK바이오사이언스
정부와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예방백신 ‘스카이코비원멀티주’가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로부터 ‘허가 권고’를 획득하면서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중앙약심은 식약처 3중 절차 중 두 번째 관문으로, 최종 결과에 앞서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오일환 중앙약심 위원장은 "이 약(스카이코비원멀티주)의 안전성·효과성 인정 여부를 논의한 결과,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의 자문 결과를 종합할 때 품목허가할 수 있을 것으로 자문했다"고 밝혔다.

심사 결과, 스카이코비원멀티주는 이미 허가된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19 백신 ‘백스제브리아주’와 비교해 국내 코로나19 예방 면역원성이 수준 이상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예방효과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는 결과다.

백스제브리아주를 대조 백신으로 비교한 면역원성 분석에서는 스카이코비원멀티주가 18세 이상 4주 간격 2회 투여 14일 후 2.93배의 중화항체가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혈청전환율은 백신군 98.06%, 대조군 87.30%로 백신군에서 10.76% 포인트 높게 확인됐다.

보통 중앙약심이 승인을 권고하면 최종 제품 출시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스카이코비원멀티주의 상용화는 이번주 중 개최되는 최종점검위원회가 열리는 대로 결정될 전망이다.

이처럼 코로나 발생 이후 근 2년 반만에 국산 백신이 등장함에 따라 차기 백신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증폭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 외에 유바이오로직스, 셀리드, 아이진, 진원생명과학 등이 독자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다만 글로벌 백신개발 업체들이 기술 유출을 우려해 국내 업체의 대조 백신 선정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임상 지역을 해외로 옮기고 임상 디자인도 변경하는 등 백신 개발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백신 도전 기업 사이에선 유바이오로직스가 개발 중인 ‘유코백-19’가 가장 앞서고 있다. 유코백-19는 아프리카 콩고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필리핀에서도 IND(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고 임상을 준비 중이다. 앞서 유바이오로직스는 국내를 포함해 필리핀, 아프리카 등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려 했으나, 국내에서는 대조백신 확보에 실패하면서 국내 임상은 잠시 보류한 바 있다.

또한 유바이오로직스는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이 품목 허가될 경우 이를 대조백신으로 지정해, 국내 임상에 돌입하는 것을 보건당국과 논의해왔다. 회사 측은 "국내 백신 허가를 받기 위해 국내 임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을 대조백신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염두해 두고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는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진원생명과학은 개발 중인 백신 ‘GLS-5310’의 국내 2a상 임상시험변경 계획서를 식약처로부터 승인 받은 뒤 현재 임상을 마무리한 상태다. 당초 300명을 대상으로 추진하려던 임상 인원을 120명으로 축소해 허가 받았으며, 현재 126명의 환자에게 투약된 것으로 전해진다.

진원생명과학은 당초 임상 계획을 변경해 2b·3상을 부스터샷 임상으로 진행한다. 올해 1월 미국에서도 부스터샷 임상 1상 승인을 받은 바 있으며, 미국 임상 데이터와 2a상 데이터 등을 활용해 2b·3상에 나설 전망이다.

셀리드는 올해 1월 국내 2b상 IND 허가를 받고, 중앙임상시험심사위원(중앙IRB) 승인 절차도 완료해 이번주부터 공식적인 환자 모집에 돌입했다. 고대구로병원과 고대안산병원, 가톨릭서울성모, 한림대강남성심병원 4개 기관에서 임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해외 임상도 함께 추진되는데, 아직 국가를 선정하지는 못했다. 현재 국제백신연구소(IVI)와 아프리카 국가를 중심으로 임상을 계획 중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국민 다수가 코로나 감염 혹은 백신 접종으로 면역력을 확보하면서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건강한 성인’을 임상 참여자로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전세계에 수많은 백신이 이미 시장에 진출했고 올 가을 차세대 백신마저 공개를 앞두고 있어, 개발에 성공한다고해도 마냥 희망적인 상황은 아니다.

현재 전세계에 사용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31개다. 이중 12개는 정식 승인을 받은 상태고, 19개는 ‘제한적 사용’을 부여받아 사용되고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오미크론 특화 백신들을 개발해 각각 자사의 백신이 기존 백신보다 최대 19.6배, 1.75배 많은 중화항체를 생성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대규모 생산 공장과 공급망 차원에서도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국내 외에도 백신을 공급하는데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면서 "차기 백신 개발 기업들은 백신 개발 성공 이후에도 제품 생산과 판매를 위한 다양한 장벽들을 헤쳐나가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임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