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요 빅테크 기업에서 ‘감원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면서 구조조정이나 신규채용 연기 등을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서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고용한파에도 개발자만큼은 예외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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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 ‘보릿고개’

30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이 인력감축에 나서고 있다. 테슬라는 정규직 근로자 10%쯤을 줄이기로 했다. 신입 사원은 물론 인턴십 2주차 직원의 채용도 취소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인플레이션으로 경영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감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약 10%의 인원을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도 지난달 150명을 해고한데 이어 6월 23일 북미 지역에서 근무하는 220여명의 추가 해고를 결정했다. 불과 한 달 만이다.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유료구독 회원 수가 급감하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 측은 "매출 성장 둔화 속도에 맞춰 비용을 억제하고자 한다"며 "독자 콘텐츠 제작 등 사업 투자는 계속 이어진다"고 밝혔다.

예정했던 신규 채용 일정을 연기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메타는 신입 사원 모집 일정을 연기하고 올해 신규 채용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데이비드 웨너 메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정보기술(IT) 산업 전반의 침체 등이 사업과 채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티파이도 경기 상황을 감안해 신규 채용을 25%쯤 줄일 계획이다. 스포티파이는 지난 3년간 직원을 2000명 이상 채용하는 등 공격적으로 회사 규모를 키워 왔다. 그러나 향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더 신중한 태도를 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승차공유 업체인 리프트도 경기 둔화에 대비하고자 신규 채용을 보류하고 비용을 삭감하기로 했다. 존 짐머 리프트 CEO는 직원들에 보낸 서한에서 "예상보다 더딘 회복이 사업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 내 고용을 늦추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개발자 채용 공고는 오히려 증가

이같은 고용한파에도 기술력을 보유한 ‘개발자’ 채용은 크게 축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채용 사이트 인디드닷컴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채용 공고는 팬데믹이 시작됐던 2020년 1분기보다 120% 증가했다. 취업정보 사이트인 집리쿠이터는 기술분야 취업은 여전히 강세’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사이버 보안 전문성이 있거나 개발에 종사하는 구직자를 요구하는 기업의 수요는 여전히 높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엇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인건비 상승이 빅테크 기업의 성장세 둔화와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개발자 품귀’ 현상은 여전하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은 신입과 경력을 구분하지 않고 대규모 채용에 나서는 한편, ‘빠른 채용 절차’ 등을 강조하면서 공격적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개발자 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1 ICT 인력동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전체 산업 인력 대비 ICT산업 인력 비율은 4.2%다. 2015년 4.9%에서 2016년 4.8%, 2017~2018년 4.7%, 2019년 4.5%에 이어 꾸준히 감소세다.

또 커리어 테크 플랫폼 사람인이 최근 1년(2021.06~2022.05) 데이터를 토대로 채용 시장 공급과 수요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공고수(수요) 대비 지원자수(공급)가 가장 부족한 직무는 IT개발/데이터(41.8%)로 나타났다. 최근 개발자들의 몸값이 오르는 결정적인 이유다.

국내 빅테크 기업 근무하는 개발자들은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해서 고용이 축소됐거나 하는 등의 영향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도 네카오를 비롯해 주요 기업은 ‘상시 채용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