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다크웹이 성행하면서 국내 마약거래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은 공중보건에 악영향을 미치는 가장 치명적인 물질로 개인 건강 피해부터 성범죄까지 다양한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어 강력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불법 마약 유통이 성행하면서 정부의 강력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 아이클릭아트
최근 불법 마약 유통이 성행하면서 정부의 강력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 아이클릭아트
정부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유통 차단한 온라인 마약류 매매 정보가 1만2812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8130건이었던 마약류 매매 정보 건수는 이듬해인 2021년에 1만7020건으로 2배로 급증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만2812건을 기록하면서 마약류 매매 정보 건수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심위는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연간 시정요구가 2만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온라인 전자담배 주문과 SNS, 다크웹 등을 통한 마약류 불법 유통이 성행하면서 청소년 마약 사범이 3년새 3배 증가했다. 특히 아편보다 강력한 마약인 ‘펜타닐 패치’의 의료기관 불법 처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실시한 2차 ‘하수역학 기반 신종·불법 마약류 사용행태 조사’ 결과, 산업·항만 지역 메트암페타민(필로폰)과 엑스터시(MDMA) 사용 추정량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마약류인 메트암페타민 일일 평균 사용 추정량은 1000명당 23㎎으로, 전년도 동일지역 평균 21㎎보다 약간 증가했고, 코카인 일일 평균 사용 추정량 또한 1000명당 0.6㎎으로 2020년 1000명당 0.3㎎보다 2배 증가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하면 ‘약물에 의한 성범죄 의뢰 사건’ 역시 2017년 1274건에서 2021년 2538건으로 늘었다. 대표적인 범죄 약물로는 ‘물뽕’으로 알려진 항정신성약물인 감마하이드록시낙산(GHB)이다.

관세청은 지난해 밀반입하려던 GHB 2만8800g을 적발했다. 관세청이 본격 단속에 나선 이후 가장 많은 양으로, 2020년(469g)에 비해 61배 급증한 수치다. GHB를 포함한 신종마약 전체 밀반입 용량도 7배 늘어났다.

GHB는 무색무취인데다 음료에 타면 맛으로 구분하기도 어려워, 자신도 모르는 새 먹고 정신을 잃을 수 있다. 깨어나도 정신을 잃은 동안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해 성범죄에 악용된다. 몸 속에 들어가면 GHB로 전환되는 감마부티로락톤(GBL)도 성행하고 있다.

문제는 마약에 대한 처벌이 다소 느슨하다는 데 있다. 대표적으로 GHB가 속한 마약류 향정신성의약품은 ‘라’목에 속하는데, 우리나라는 중독성이 높고 의료·산업적 유용성이 낮은 순으로 ‘가’~‘라’목으로 지정한다.

‘라’목은 소지·관리만 해도 징역이 5년 이하다. GBL를 소지·사용·운반·관리할 경우 징역 1년~10년에 처하는 것에 비해 가볍다. 이에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적으로 유통되는 GBL를 빼돌리지 못하게 유통 관리망을 만들어야 한다"며 "GHB는 최소 ‘가’목으로 올려 형량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마약을 다루는 인구가 늘어나자 정부는 여성가족부가 총괄해 교육부, 보건복지부, 경찰청, 식약처 등 10여개 유관부처가 참여한 ‘제4차 청소년보호종합대책’을 발표, 마약 근절을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이번 대책은 디지털 미디어에서 나타나는 유해환경 대응에 중점을 뒀다.

정부는 ▲건강하고 책임감 있는 미디어 이용환경 조성 ▲유해환경 등으로부터 안전할 권리 보장 ▲사이버 폭력 등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문화 조성 ▲근로청소년 권익보호 및 노동인권 의식 제고 등 4대 추진전략 아래 핵심 추진과제를 마련했다.

마약과 관련해서는 SNS, 온라인중고장터, 배달앱 등을 통한 주류·담배 불법 판매 및 대리 구매와 온라인상 마약류 판매 등에 대한 모니터링과 단속을 강화한다. 청소년 대상 펜타닐 패치 처방 등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 가능성이 높은 의료기관도 집중 관리한다.

하지만 마약 거래 수법 다양화와 가상화폐를 이용한 밀거래가 점차 발달하면서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마약류사범의 70%가 10~30대라는 점을 들며 젊은층의 마약 사용량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10대 청소년을 마약에서 보호하기 위해 예방·보건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는 등 학교보건법이 개정돼 2020년부터 시행 중이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마약 밀거래 수단이 워낙 다양해서 현실적으로 정확한 마약 사용량 추적마저 힘든 실정이다"며 "현재 정부 각 부처가 대책 마련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으로 빠른 시일내 마약 근절을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