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검찰청에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면서 복지부 장관 공석 기간이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실·국장급 인사부터 공중보건 의료사업까지 모든 업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어 빠른 시일 내 임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조선DB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조선DB
관련 당국에 따르면 5월 9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개월이 지났지만 복지부 장관 자리는 아직도 공석으로 남아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더불어 원숭이두창이 국내에 상륙한 시점에서 국가 의료보건을 책임질 수장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호영 전 경북대학교병원장을 복지부 장관 후보로 내세웠다. 하지만 자녀 의대 편입, 병역 특혜 등 소위 ‘아빠찬스’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 후보는 지명 43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당시 윤석열 정부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대구 코로나 창궐 당시 코로나 생활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중증 환자와 일반 중증 응급환자의 진료가 공백 없이 이뤄지도록 운영체계 틀을 잡은 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후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부원장·원장을 지낸 시기 두 자녀가 경북대 의대에 편입학하고 아들이 ‘4급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는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정 후보는 자녀들과 관련된 편입학·병역 의혹을 지속적으로 부인해왔다.

이어 후보로 지명된 김승희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인해 장관 임명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 후보자는 20대 국회의원 당시 정치자금을 활용해 보좌진에게 격려금을 지급하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줬다는 의혹, 의원 시절 사용하던 렌터카를 정치자금으로 매입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8일 김 후보자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확인했다며, 조사 후 법 2조·27조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 조치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에 따르면 "정치자금법 2조는 3항의 사적용도 그리고 부정한 방법으로 지출하는 경우에 해당되고, 47조는 각종 의무 규정 위반죄에 해당되는 조항이다"며 "렌터카 보증금 1857만원과 배우자의 차량 보험금 34만5900원을 사용한 것으로 시인하고 중앙선관위에 반납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의 각종 논란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던 국민의힘도 선관위 결정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엄호보다는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여권내 기류가 빠르게 바뀐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수사의뢰 직후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김 후보자에 대한 대검 수사의뢰라는 유감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며 "선관위의 수사 의뢰조치가 이뤄진 만큼 대검에서 법과 원칙에 맞는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문제는 복지부 수장 자리가 장기간 공석으로 남게되면서 의료정책이 원활히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중앙사고수습본부에 파견된 복지부 공무원에 대한 복귀가 중단돼 업무 공백과 낮은 효율성이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실·국장 인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이 또한 모두 중단됐다.

최근 의료산업을 관통하는 분쟁에서도 복지부는 장관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핑계로 대부분 이행되지 않고 있다. 우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정부가 지난해 9월 의료인들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며 공공의료 확충을 요구하는 시위를 23일 벌인 바 있다.

이들은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를 대상으로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교섭을 제의한 상태지만 각 단체간 의견이 첨예해 복지부의 빠른 중재가 요구되는 사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강조해온 비대면 진료 사업도 쟁점화되고 있다.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는 의사단체와 정부 샌드박스 정책을 통해 한시적 허용이란 전제로 사업을 진행해온 플랫폼 사업자들 간의 갈등이 날이 갈 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로 번지고 있는 원숭이두창 대응 전략도 빠른 시일내 복지부 수장을 필두로 결정돼야 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다가올 가을철 코로나19 재유행을 대비한 백신접종 계획도 미리 마련해야 한다.

국회 관계자는 "김승희 후보 또한 정호영 후보와 마찬가지로 낙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며 "아직 인사청문회도 열리지 않은 상태라 현 정부가 과연 임명을 강행할지 아니면 또다른 후보를 찾을지 여부가 예측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