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격으로 공공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는 환경 활성화에 나선다. 발주 기업이 개발 진행 과정의 모니터링을 돕는 솔루션 개발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원격지 개발은 지방에 있는 정부 행정·공공기관의 SW 사업을 수주한 기업의 개발자가 발주처 인근으로 파견가지 않고 원하는 현장에서 SW를 개발하는 것이다. 공공 SW 개발자의 현장 파견은 그동안 관행이었다. 자연스럽게 SW 기업의 부담이 늘고, 개발자의 근로여건 역시 임시 장소에서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만큼 좋지 않았다.

원격 개발 이미지 / 아이클리아트
원격 개발 이미지 / 아이클리아트
2일 한국에서 중소 SW 기업을 운영하는 A사 대표는 IT조선에 "공공 SW 개발 현장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는 정책 중 하나가 바로 원격지 개발 환경 활성화다"며 "발주처 인근까지 직접 방문해 근무하는 것을 반기는 개발자는 없다"고 말했다.

개발자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소·중견 SW 기업들은 원격지 개발 의무화를 주장한다. 하지만 일부 발주기관들이 원격지 개발을 선호하지 않고, 지역 중소 SW 업체들도 일감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원격지 개발을 반대한다. 활성화 시키려면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의 중재가 필요한 상황이다.

과기정통부는 발주기관이 원격지 개발 기피 사유로 지목했던 ‘관리·감독의 어려움', ‘원격 개발 시 제품의 질 하락' 등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연구과제를 진행 중인 것이 IT조선 취재 결과 확인됐다. 발주기관이 원격 개발 과정을 직접 모니터링할 수 있는 솔루션을 기업이 개발해 활용하도록 하는 식이다. 발주기관은 진행 과정 모니터링을 통해 사업 진척 정도를 중간에 관리·감독할 수 있고, 수주 기업은 소요 예산을 줄이고 효율적인 인력 투입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공공에서 사용하는 솔루션은 다양한 개발 언어를 지원하고, 보안 인증과 같은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기업들이 해당 솔루션을 개발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원격지 개발의 활성화를 돕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해당 연구과제에 적은 금액이긴 하지만 4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한국SW·ICT총연합회가 가이드라인을 제정을 맡았다.

과기정통부는 원격지 개발이 SW 기업의 출장비 절약과 효율적인 개발 인력 투입 등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과기정통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발주기관의 원격개발 모니터링 솔루션 사용 자체가 의무화된 것은 아니다. 지역 중소 SW 기업들의 반발을 고려한 탓이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원격지 개발 의무화는 SW 품질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발주기관의 우려와 지역 기업들의 반발을 고려할 때 어려운 부분이다"며 "하지만 발주처 인근에 파견 인력을 보내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발주처 역시 예산절감 효과를 볼 수 있는 등 효과를 고려할 때 정부가 의무화 하지 않더라도 공공기관이 자발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원격지 SW 개발 활성화를 위해 2020년 소프트웨어 산업진흥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개정안에는 '프로젝트 수행 기업이 발주처에 원격지 근무를 제안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하지만 발주기관이 원격지 개발을 의무적으로 수용할 강제성이 없다 보니 실제 원격지 개발 이행률은 높지 않다.

과기정통부가 1599개 국가기관(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2021년도 공공 소프트웨어사업 5대 중점 분야'를 점검한 결과, 공공 SW 사업 중 22.1%가 원격지 개발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는 발주기관이 SW 개발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모니터링 솔루션이 없기 때문에 홈페이지 제작같은 10억원 미만의 작은 사업들 위주로 원격지 개발을 진행하는 상황이다"며 "대규모 시스템을 원격으로 개발하려면 개발과정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솔루션이 갖춰져야 한다는 발주처 입장을 반영해 현재 연구과제를 진행 중이며, 연내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것이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