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2분기 잇따른 악재 속에서도 선방한 실적을 기록했다. 양사 모두 영업이익은 증권가 기대치 보다 줄었지만, 매출은 기대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반도체 사업과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전 사업이 하반기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실적 개선의 관건이다.
부문별 세부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부문의 선방과 환율 효과가 실적을 이끈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가는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10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본다. 전체 영업이익의 70%쯤이 반도체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우려와 달리 소폭 하락에 그쳤고, 서버용 D램 수요도 늘어난 덕이다.
스마트폰과 가전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수요가 위축돼 실적이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부문은 2조원 중반 수준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관측된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8000억~9000억원, 가전 부문은 5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평균 환율(1205.0원)이 2021년 4분기(1183.2원)보다 1.8% 올랐을 때 영업이익에 기여한 환 효과를 3000억원으로 추산했다. 2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1260원으로 1분기 대비 5% 급등했다. 이를 감안하면 2분기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효과는 8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의 하반기 실적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시장의 비관적 전망이 우세해 먹구름이 드리운다.
5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 가격이 2분기 대비 최고 10% 하락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당초 가격 하락률을 3~8%로 예상했지만, 낙폭 예상치가 커졌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내림세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도 조기에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 안정화를 이뤄내며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전자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특수가 사라진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럽 수요 감소, 인플레이션, 유통 재고 증가 등으로 LG전자의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본다. 다만 태양광 사업 중단 비용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9000억원대로 시장 전망치인 8000억원대를 넘어 선방했다는 평가다.
증권가는 생활가전에서 7조9000억원쯤 매출을 낸 것으로 추정한다. LG 오브제컬렉션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가전 제품 판매가 실적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원재료 가격과 물류비 인상 등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5000억원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TV 사업의 경우 일상회복 본격화와 글로벌 TV 수요 감소로 인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뒷걸음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완성차 업체의 생산 차질이 다소 완화됐고, 효과적인 공급망 관리를 기반으로 추가 수요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다"라며 "수익성 또한 매출 증가 효과 및 지속적인 원가구조 개선의 성과로 분기 기준 흑자전환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LG 오브제컬렉션을 비롯한 신가전, 스팀가전 등 프리미엄 가전 수요도 실적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원재료 구매 가격 상승, 해상운임 등 물류비 상승, 재고 관리 비용 증가 등으로 수익성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니지, 에너지 저장장치 영업 등을 하는 BS(비즈니스솔루션)사업본부도 최근 B2B 시장의 투자 확대에 힘입어 매출과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는 6월 말 태양광 패널 사업의 생산 및 판매를 종료하며 올 2분기 실적발표부터 관련 실적은 중단영업손익으로 처리된다고 설명했다. 2분기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2021년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6조9323억원, 9001억원이다.
하반기에도 TV·가전의 수요 둔화가 지속되고 원자재·물류비 등 원가 부담 압박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실적 방어가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G전자는 올레드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을 늘리고 철저한 글로벌 공급망 관리 등을 통해 수익성 확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전장사업도 흑자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목표다.
LG전자 관계자는 "3분기 역시 전장 부품 매출의 건전성 개선과 함께 완성차 업체와의 협의를 통한 자동차 부품 판가 인상 등 노력으로 VS사업의 흑자기조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